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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랑끝 Aug 23. 2022

숙식 30일간 무료 제공!!!

이 정도 '초대장'은 가지고 계시라는 뜻에서...

숙식 30일간 무료 제공합니다!!~


올랑고 섬은 '메트로 세부'의 관문인 '세부 국제공항' 있는 '막탄 섬' 앞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입니다. 인구가 4만 명 정도 되니 아주 작다고 하긴 좀 그렇죠.


이곳으로 왜 여러분을 초대하느냐?


제가 여기 집을 살 계획이라 그렇습니다.(아직 사지는 못했습니다)

 섬은 좌우 직경이 8킬로미터 정도이고 폭은 3킬로가 조금 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이즈가 감이 잘 안 오시죠?

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의 약 3.7배라고 합니다. 그러니 어느 정도 넓이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감이 안 오면 대충 그렇다 칩시다.


'올랑고 섬'은 세부 관광의 중심인 막탄 섬에서 보트로 약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정기 운항 보트가 있으니 가기가 그리 어렵진 않아요.


막탄 쪽 리조트 지역에서 보면 바로 눈앞에 딱! 보이는 큰 섬이 있는데 그게 '올랑고 섬'입니다. 

세부 관광객의 90퍼센트 이상이 즐기는 '호핑 투어'의 메인 포인트이기도 해서 세부에 한 번이라도 

와 본 사람들은 이곳 스노클링 포인트를 모두 가보셨을 겁니다.   


혹시라도 저의 초대에 응해서 방문하실 분을 위해 장점과 단점 몇 가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장점은 너무 많기 때문에 뒤에 하는 걸로 하고 먼저 단점부터 몇 개 알려 드릴게요.


첫째, 이 섬에는 물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이 살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아주 없는 것은 아니고 한 지역에

민물이 나오는 우물이 몇 개 있습니다.  물이 나오는 동네 이름은 "딸리마"입니다.

제가 봐 놓은 집이 있는 동네입니다. 이곳 우물은 민물이라도 식수로는 부적합해서 사람들은 

빗물을 저장하거나 세부로부터 공급되는 생수를 사서 먹습니다. 

물값은 쌉니다. (음~~ 이건 장점 같은데)


둘째, 이 섬에는 전기가 약간 부실합니다. 표현이 좀 애매하죠?

자주 끊어진다는 말입니다. 본섬에서부터 해저 캐이블로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치면 '주민센터'인 '바랑가이 오피스'에 있는 큰 발전기를 돌려서 섬 전체에 전기를

공급합니다. 악천후로 보급선이 끊겨 연료가 못 오거나, 과열로 회로가 타버리거나, 

선로에 이상이 생기는 흔한 일이 발생하면 전기 공급이 중단됩니다. 

한 달에 서너 번 이런 일이 생기니 자주는 아니죠? 

이런 전기 덕에 전자 제품의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집에 전자제품이 거의 없어요.

조용하니 좋겠죠?(이것도 장점!!)


가끔 태풍으로 보급선이 묶이면 촛불과 장작으로 며칠 동안 집안을 밝힐 때도 있습니다. 

이거 아주 재밌습니다. 모깃불의 효과도 있고 고기도 구울 수 있어서 운치가 있습니다.

(아!! 이건 진짜 큰 장점인데.... 음~)


셋째, 대중교통 수단이 없습니다.

차량이 있기는 하지만 차가 다니기에는 도로가 좁고 또 탈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트라이'라 불리는 오토바이 삼륜차가 택시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자전거로 몇 시간이면

일주가 가능하니 자가용이 크게 필요가 없습니다. 섬의 길이가 8킬로이니 사실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도 한 바퀴 도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거운 짐이 있다면 '오토바이 트라이'나

삼륜 자전거(페달 트라이)를 용해야 합니다. 페달 트라이는 직접 몰면 하체 건강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이것도 장점이네..) 물론 동네에서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죠. 저도 오토바이를 살 생각입니다.


넷째, 여기도 사람 사는 데라 학교, 경찰서, 성당, 식당, 슈퍼마켓, 약국 등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병원이 없어요. 그래서 긴급 환자가 생기면 막탄 섬으로 후송을 해야 합니다. 

자가용 보트로 10분 거리니 조치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스피드 보트나 제트스키로는 

3분에 주파할 수도 있으니 차라리 앰뷸런스보다 병원 도착이 빠를 수 있어요. 단점이긴 하지만

병원 신세를 자주 지지 않는 저로서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현지에 살아보면

인간은 적응력이 엄청 좋은 생물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또한 회복력도 빠르고요.  


이 정도가 단점입니다.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네요. 이 정도면 평범하지 않나요?

그럼 장점은 무엇일까요? 장점은 아주 많습니다. 몇 가지만 뽑아 보면.


첫째, 제가 봐 둔 집은 바닷가 암벽 위에 있는 주택인데 일단 경관이 수려합니다.

집 앞 바닷가에 작은 보트를 댈 수 있고 마당에 연결되어 있는 바위 계단을 내려가거나

암벽 위에서 점프하면 바로 스노클링 포인트로 입수가 가능합니다.


물속에는 아주 다양한 물고기들이 매일 몰려와 사람들과 놀아줍니다.

가끔 거북이도 나타나고 옆 섬인 '보홀(Bohol)'에 사는 돌고래도 자주 지나다닙니다. 

어쩌다 재수 좋을 때는 '고래상어(Wale Shark)'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아마 세부섬 남쪽 '오슬롭(Oslob)'에 사는 애들이 나들이를 나오나 봐요.

집 앞이 다이빙 포인트이니 이 정도는 기본이겠죠?


또한 밤 수영하는 거 좋아하는 분들에게 이 집은 아주 "강추!"입니다.

밤에 잠이 안 오면 마당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바다에서 야간 수영을 할 수 있어요.

달빛을 보면서 인어공주 흉내 내보는 거 상당하 재밌습니다.

(단, 안전 요원이 없다는 점은 단점 일수 있겠네요.ㅠ.ㅠ)


둘째, 이웃에 다섯 가구 정도가 모여서 부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매우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동네 토박이들이라 어려움이 있을 때 잘 도와줍니다.

마을 중심까지 걸어서 약 5분 뛰면 2분이니 그리 외딴곳도 아닙니다.

밤에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4분이면 사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편의점은 없습니다. 구멍가게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셋째, 올랑고 섬에는 세부에서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쌍뚜아리(Wildlife Sanctuary)"

라는 철새 도래지가 있습니다. 세부의 비경 중 하나로 멋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구글에 찾아보면 

수없이 많은 쌍투아리 사진이 있는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일출과 일몰 사진이 없다는 겁니다.


그건 쌍투아리가 섬의 끝에 있어서 생활 중심인 선착장과 약 5킬로 정도가 떨어져 있어 그렇습니다.

'딸리마'에서는 8킬로 정도가 되겠죠. 그래서 개인 교통수단이 없으면 걸어서 가긴 좀 멉니다.

'트라이'는 늦은 시간에 거길 안 가려고 하거든요. 하지만 오토바이가 있으면 천혜의 절경인 쌍투아리의

일출과 일몰을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가 진 후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는 불편함은 조금 

감수해야겠죠.


넷째, 자가용 요트(?)로 쾌속의 스피드를 즐길 수 있습니다.

100cc급 오토바이 엔진을 단 자가용 배로 섬 둘레를 드라이브하는 겁니다.

근처 수산 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 구경을 하면서 쇼핑을 할 수 있고,

일출이나 일몰 때는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아름다운 이국의 바다를 즐길 수 있죠.

올랑고 근처 다양한 다이빙 포인트에서 24시간 스쿠버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건 덤입니다. 


또한 이 보트를 이용하면 막탄 섬 까지 15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세부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고 비상 상황이 생겨도 대처가 가능합니다. 배 가격은 약 50만 원 

정도 하니 제가 2대 정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운전 법은 무료로 가르쳐 드리죠. 


다섯째, 이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곳에는 한국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구도 한국말로 뭘 물어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저기, 실례지만 나이가...???", "얘들은...?, 부인은(혹은 남편은)...?, 결혼은....?",

"살을 좀 빼야...?", "아파트는 몇 평...?", "학교는 어디...?" "직업은 어떻게....?"

이런 말 들을 일이 없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동네에 살려면 호구 조사는 당합니다.

동네 아줌마들이나 꼬마들이 이렇게 물어보죠.

"R U alone?(너 혼자 살아?)", "Yes.(그려)", "Ah, Ok.(그렇구나.)"

이 정도는 물어봅니다.


필리핀이라도 이런 섬에 사는 사람들은 영어가 유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대화를 해 보면 정보의 전달은 돼도 뉘앙스의 전달은 거의 안 됩니다.

대화에 감정 전달이 되지 않으니 넘겨짚거나 오해 살 일이 없다는 거죠.

어떤 의도를 가진 대화가 없다는 겁니다. 이건 아주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말하는 '정(情)'을 느끼기가 쉽진 않겠죠. 

한국의 정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는데 저는 큰 불편을 못 느꼈습니다. 

특히 여행객은 정 쌓을 만큼 오래 있을 게 아니니 중요한 부분이 아니죠.

그렇다고 이 섬사람들이 아예 그런 게 없는 것도 아닙니다. 

돈과 관계된 게 아니면 이웃끼리 꽤 친하게 지내고 서로 잘 챙겨줍니다.


저는 올랑고 섬의 다른 포인트에 직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딸리마' 언덕에 있는 이 집 앞을 배를 타고 1년 넘게 지나다니며 

출퇴근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그 집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저거, 내가 산다. 꼭!!"


이 집은 필리핀 전통 가옥인 대나무 오두막 같은 집이 아닙니다.

마당도 넓고 건물도 큰 현대식 저택입니다.

동네와 어울리지 않게 그리스 산토리니에 있을 법한 모양의 집이에요.

이 동네가 유일하게 물이 나오는 곳이라서인지 세부의 부자들이 주말 별장

삼아 지어놓은 것 같아요. 예전엔 가끔 그 앞에 요트가 서있곤 했거든요.

그리고 근처에 비슷한 형태의 집이 한둘 더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봤을 때는 집이 낡아서 거의 폐가 비슷하게 된 걸 관리인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얼핏 듣기로 큰돈을 안 줘도 살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모르겠어요. 팬데믹이 시세를 

어떻게 바꿨을지 알 수 없죠. 고무적인 것은 여기는 집이 낡으면 가격이 싸진다는 겁니다. 

특별히 개발지역이 아니라면 말이죠.


물건이 오래돼서 낡으면 값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데, 한국의 집은 오래될수록 바싸지잖아요.

그건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한국도 오래된 집은 지역에 관계없이 좀 싸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시골에는 공짜로 주는 빈 집이 많다고 하긴 하더군요.


이 집을 인수하면 특별히 여러분을 초대할까 합니다.

오시는 분에게는 30일간 숙식 무료(비자 만기 시까지 연장 가능), 세부 공항 픽업 무료, 

세부 스타일 통돼지 바비큐 '레촌' 한 마리 무료, 쌍뚜아리 투어 가이딩 무료입니다. 

언제든지 오세요. 환영합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이 집을 꼭 사긴 할 겁니다. 그러니 이 글 박제해 놓으세요. 

그럼 무료로 세부 올랑고 섬을 맘 껏 즐기실 수 있어요.

이 글의 카피 본을 보여주시면 언제든 위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다만, '숙(宿)'은 방을 의미하는 거고 '식(食)'은 제가 먹는 것과 똑같은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겁니다. 저는 필리핀에서 '일식 일찬(一食一饌)'으로 삽니다.

만약 이 식생활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은 직접 조리해서 드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옆에서 부실한 미각으로 마음껏 요리를 품평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집을 살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행복한 도피(자유?)를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때가 빨리 오길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총총.....



[2022년 8월, 꿈꾸는 새벽에... 벼랑끝 씀]






※ 참고 자료


1) 세부식 통돼지 바비큐, Cebu Lechon


2) 쌍뚜아리, Wildlife Sanctu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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