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면 생기는 문제
오늘 아침,
달걀의 껍질을 까다가 나도 모르게,
“마지막으로 글을 써본 게 언제더라?”라는 말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동시에 자동으로 이런 답도 튀어나왔다.
“또 이런다. 그깟 글, 써서 뭐 하게?”
오후에는,
식곤증에 빠져 비몽사몽 하고 있다가 갑자기,
“살면서 ‘돈 버는 일’ 외에 내가 한 일이 뭐가 있을까?”
"뭔가 해보긴 했을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순간 잠이 확~~!! 깼다.
저녁 시간,
퇴근을 마다하고 오래된 게시판의 글을 뒤지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 내가 뭔 짓을 하고 있었던지가 참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작년 이맘때 내가 이러고 있었구나... 음.. 한국을 갔었네."
"그럼, 코로나 이맘 때는 뭐 했지? 맞아! 충정로 지하 쪽방에서 막일하고 있었지..."
"제주도에 이사 갈 때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필리핀으로 돌아오기 전날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게시판을 뒤질 때마다 잊혔던 과거의 매듭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글을 읽다 보니,
"내가 안 죽고 살아 있는 게 정말 천운이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으잉? 내가 이렇게 멋진 글을 썼었다고? “ 하며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그 글들을 보다가 시답잖은 걱정거리 하나가 생겼다.
쓴 글이 오래되다 보니 게시판의 검색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에 쓴 글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사라진다.
잘 나가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일수록 사라지는 속도는 빠르다.
올라오는 글이 많으니, 뒤로 밀리는 속도도 빠를 수밖에...
게다가 활동이 적은 커뮤니티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다.
어릴 적 몇 번 경험해 봤다.
컴퓨터를 끄면서 생각했다.
”이러다 내 글이 전부 없어지는 거 아냐?"
”시간 날 때마다 블로그로 하나씩 옮겨야겠는데...."
그런데 글을 옮길 생각을 하며 예전 글을 읽으니 복붙으로 옮길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읽는 동안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비문은 왜 그리 많으며 동어반복은 왜 그렇게 심하던지....
내가 쓴 글이지만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거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손을 좀 봐서 옮겨야겠어."
"복붙으로 옮기는 건 안 되겠으니 차라리 필사를 해야겠는데?"
결국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
요즘 글쓰기가 영 하고 싶지 않았는데
글 옮기기라도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만약 이게 효과가 있어 몇 개라도 글을 완성할 수 있다면
내년 이맘때 이 글을 보면서 ”저 때, 저런 기특한 생각을 했었구먼! “
하는 자신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깟 글, 써서 뭐 하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늘 바뀌어 왔지만 지금의 답은 이것인 거 같다.
"글쓰기는 현재의 나를 미래에 보여주는 일"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남기는 즐거운 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