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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rriet Nov 04. 2018

29,450원의 문화생활

발레 ‘라 바야데르’를 봤다.


자리.

내 자리는 3층 E열이다. 무대가 보이긴 할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섬세하게 볼 순 없지만 무대 전체가 보여서 스토리를 파악하거나 군무를 보기에 좋았다. 정가 3만원, 카카오페이 할인 받아서 29,450원짜리 자리.

공연 시작 전에 오케스트라가 뿅하고 나타난다.


트러블.

관크관크 말만 들었는데 내가 바로...

앞 자리 분이 의자끝에 앉아서 시야를 절반정도 가렸다. 인터미션까지 못 기다리고 나도 잘 보고 싶어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 뒷좌석과 간격도 더 넓고 뒷좌석이 더 높아서 괜찮을 줄 알았다. 1부 중간에 무대 교체를 하면서 뒤에서 ‘몸 숙이지 마세요 안 보여요’ 라는 말이 들렸다. 나한테 말한건가 싶다가 다시 살짝 몸을 숙였는데 그렇게 앉지 마시라니까요’라는 말이 들렸다. 그제거야 ‘아, 나한테 하는 얘기구나’를 깨달았다. 십여분간 진상이었던거다. 황급히 몸을 의자에 붙였는데 내 앞에 앉은 분은 여전히 의자 끝에. 잠깐 고민하다가 ‘그렇게 앉으시면 뒤에서 잘 안 보여요’라고 작게 말씀드렸다. 다행히 그 분도 자세를 바꿔주셔서 남은 1부를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인터미션 시작 때, 앞자리 분이 나가시면서 많이 안 보였냐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나도 웃으면서 ‘잘 안 보여서 저도 몸을 좀 숙였는데 제 뒤에서도 잘 안 보였나봐요^^;’라고 대답했다. 1부 내내 엄청 신경쓰고 속으로 꿍얼거렸는데 끝나고 사과까지 하실 줄은 몰랐다. 부끄러웠고 그 분이 멋있었다.

나도 공연 중에 시야가 가려서 집중이 잘 안 되었는데 내 뒷 분도 불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잠깐 무대 정리하는 사리에 말씀하셨을까. 뒤쪽이 통로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닌걸로.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다.


음악.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퀸을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알고 있어서 놀랐다. 오늘 본 라 바야데르도 모르는데 아주 조금이지만 알고 있었다. 익숙한 음악이 나올 때는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번에 본 돈키호테는 녹음된 음악이었는데 라 바야데르는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했다. 이득 본 기분이다.


자하로바.

유명한 발레리나라고 해서 일부러 오늘 공연을 예약했다. 내가 예약한 시점에 이미 대부분의 자리가 팔렸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자리를 예약한 것이다. 표정이나 눈빛, 디테일한 손짓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자하로바가 나올 때마다 ‘어쩜 저렇게 움직이지!!!’하고 감탄하면서 봤다. 동작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커튼콜


소소한 재미.

취미로 운동으로 발레를 배운지 1년 반정도 되었다. 아직 모르는게 훨씬 많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까 내가 아는 자세나 동작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발레 꿈나무를 보는 것도 깨알 재미. 아라베스크 장난 없다.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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