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다녀오면서 수선화 화분 하나를 샀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아침에 점찍어둔 도넛 하나를 사들고 버스를 기다렸다. 딱히 앉을 자리가 없어서 터미널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에 자동문 바깥에 늘어진 화분들을 발견했다.
처음엔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좌판을 기웃거리며 사진 찍을 타이밍을 고르고 있었는데 발치에 노란 수선화 화분이 보였다. 아, 갖고 싶었던건데.
지난 설연휴에 들렀던 카페 창가 자리에 있던 노란 수선화가 생각났다. 향이 어찌나 달던지. 수선화를 그날 처음 본 것 마냥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참 곱다. 내 방에도 수선화 한 송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방에 두며 금방 시들겠지, 하고 말았다.
자동문을 앞에 두고 가방에 든 도넛과 문 건너편의 꽃을 번갈아 봤다. 버스 시간까지 15분이 남았다. 가방 안에 곱게 들어간 도넛 봉투를 한 번, 다시 수선화를 한 번.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고민하는건지. 헛웃음이 난다. 도넛과 수선화, 그 사이에 뭐가 있길래. 사진이라도 찍을 요량으로 쭈뼛거리며 문 너머로 건너간다. 좌판을 기웃기웃. 다른 화분들도 슥슥 둘러본다. 다육이는 천원, 옆에는 튤립인지 아직 초록 잎으로 쌓인 꽃봉오리가 늘어져 앉아있다. 아, 튤립. 튤립도 예쁠거 같다. 언젠가 보았던 동기의 사진을 떠올리곤 거기에 내 방을 겹쳐봤다. 음, 패스.
나의 수선화는 다른 화분들에 밀려서 한쪽에 오도카니 서 있다.
내 방에서 저 친구가 얼마나 살 수 있을까. 베란다는 커녕 제대로 바람을 쐬어 줄 수도 햇빛을 내어주기도 힘든 방이 떠올랐다. 무관심 속에 말라 바스러진 허브도. 역시 꽃은 안 되겠다 마음을 내려놓고(하지만 다육이는 정이 안 가는걸!) 발길을 돌리는 찰나에 주인 아주머니가 나를 발견했다. 얼떨결에 화분 가격을 물었고 그 자리에서 삼천원을 주고 수선화가 든 까만 비닐봉지를 받았다. 화분을 건내 받으면서도 방에서 잘 자랄지 금방 시들진 않는지 걱정하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건성으로 괜찮다 대답했다. 왜 고민한거지.
앞 좌석 고리에 비닐봉다리를 조심스럽게 걸어두고 비져나온 꽃을 보며 내 방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장소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책상에 올려두는 편이 좋겠다. 출근할 때 블라인드를 올려놓고 가면 오전 중에는 햇빛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오늘 분갈이하러 갔다가 알게 된 사실.
수선화는 봄 한철 짧게 피는 꽃이고, 꽃이 지고나면 잎을 다듬어서 구근을 말린 후 나중에 다시 땅에 심어 잎을 낸다고 한다. 보통은 번거로워서 한철 보고 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