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orriet Jun 14. 2018

[0614] 무심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by이병률

시 필사 14일

마지막에 딴 생각을 했더니 결국...


당신은 엄지손가락 하나가 없다

나사를 풀어버린 것 같다는 농담이 잠시 내 손가락을 스치지만

손을 가리는 당신이

보여주지 않으려 조심하는 손


왜 그랬어요

나도 모르게 성큼 튀어나온 말에 실내등이 불안정했다

잘렸을까

잘랐을까

그때는 잠시였을까

손가락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시간이 깊게 패여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손은 아팠던 것이며

기억할수록 아파야 할까


당신때문에 내가 열인 것을 알겠다


사람들은 얼굴이 둥글게 태어났다

무심히 얼굴이 네모진 사람만 빼면

사람들은 모두가 착하다

무심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빼면


우리들은 누구나 죽는다

생몰년 뒤에 ?표시를 한 사람을 제외하면

우리들은 누구나 마른 양말을 신는다

빗물이 스미지만 않는다면


마주잡은 손 꼭 잡지 못하는

당신은 손가락 아홉 개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613] 오늘의 결심 by 김경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