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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rriet Jun 13. 2018

[0613] 오늘의 결심 by 김경미

시 필사 13일


라일락이나 은행나무보다 높은 곳에 살지 않겠다

초저녁 별빛보다 많은 등을 켜지 않겠다

여행용 트렁크는 나의 서재

지구 끝까지 들고 가겠다

썩은 치아같은 실망

오후에는 꼭 치과에 가겠다


밤하늘에 노랗게 불 켜진 보름달을

신호등으로 알고 급히 횡단보도를 건넜으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하면 티끌같은 월요일에

생각할수록 티끌같은 금요일까지

창틀 먼지에 다치고나

내 어금니에 혀 물린 날 더 많았으되


함부로 상처받지 않겠다

목차들 재미없어도

크게 서운하지 않겠다

너무 재미있어도 고단하다

잦은 서운함도 고단하다


한계를 알지만

제 발목보다 가는 담벼락 위를 걷는

갈색의 고양이처럼


비관없는 애정의 습관도 길러보겠다



오늘의 결심,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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