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 24일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 있으면, 내가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네
내겐 지금 높새바람같이는 잘 걷지 못하는 몸이 하나 있고,
높새바람같이는 살아지지 않는 마음이 하나 있고
문질러도 피 흐르지 않는 생이 하나 있네
이것은 재가 되어 가는 파국의 용사들
여전히 전장에 버려진 짐승같은 진심들
당신은 끝내 치유되지 않고
내 안에서 꼿꼿이 죽어가지만,
나는 다시 넝마를 두르고 앉아 생각하네
당신과 함께라면 내가, 내가 자꾸 좋아지곤 시절이 있었네
높새바람같이는, 김영광
오늘은 자유시.
예전에 산 책을 감싸고 있던 띠지에 있던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에 산 시집에 수록되어 있어서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