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 40일
오늘 해결하지 못한 고민들은
시간과 함께 스스로 물러간다
쓸쓸한 미소이건
회한의 눈물이건
하지만 인생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건너뛴
본질적인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담요에 싸서 버리고 떠난 핏덩이처럼
건너뛴 시간만큼 장성하여 돌아와
어느날 내앞에 무서운 얼굴오 선다
성공한 자에겐 성공의 복수로
패배한 자에겐 붉은빛 회한으로
나는 내 인생의 무엇을 해결하지 못하고
본질적인 것을 건너뛰고 달려왔던가
그 힘없이 울부짖는 핏덩이를 던져두고
나는 무엇을 이루었던가
성공했기에 행복하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마라
아무도 모른다
성공을 위해 삶을 건너뛴 자에게는
쓰디쓴 삶의 껍질밖에 남겨진 게 없으니
건너뛴 삶, 박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