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 2일차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은 괴로움들을
완화하는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데 시간이 없다
행복, 정현종
카페에 앉아서
달달하고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
삼키고
뒤에는 좋아하는 노래가 흐르는
이 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