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필사 3일차
사개 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없는 듯 앉아
아직 떠오를 기척도 없는 달을 기다린다
아무런 생각없이
아무런 뜻없이
이제 저 감나무 그림자가
사뿐 한 치씩 옮아오고
이 마루 위에 빛깔의 방석이
보시시 깔리우면
나는 내 하나인 외론 벗
가냘픈 내 그림자와
말없이 몸짓없이 서로 맞대고 있으려니
이 밤 옮기는 발짓이나 들려 오리라
사개 틀린 툇마루에, 김영랑
‘사개’
1. 상자 따위의 네 모서리를 요철형으로 만들어 끼워 맞추게 된 부분
2. 사방의 도리나 장여를 박기 위하여 기둥머리를 네 갈래로 오려 낸 자리
3. 모서리에서 여러 갈래의 장부를 깍지 끼듯이 맞추기 위하여 가공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