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애도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선 Feb 03. 2018

<애도일기>

어머니를 잃은 롤랑 바르트의 에세이

빈소를 찾아온 너무 많은 사람들. 그럴수록 커지기만 하는 피할 수 없는 공허. 사람들 곁에서 혼자 누워 있는 어머니 생각. 한꺼번에 허물어지는 모든 것들. 거대하고 긴 슬픔의 성대한 시작인 이 모든 것들.


 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를 잃었다. <애도일기>는 그의 진짜 일기이다. 날것 그대로의 일기장이다.(나중에 책으로 엮였다.) 독자를 고려한 글쓰기가 아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혼잣말들이 많다. 그래서 오히려 솔직한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작년에 유난히 부고 소식이 많다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장례식이 있을 것이다.

 남은 사람들을 더 걱정하는 편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그 슬픔을 가늠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어쩐지 그런 것 같다), 나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하지만 한 사람이 직접 당한 슬픔의 타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이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시도).


 다만 나를 휩쓸었건 컴컴한 감정의 파도가 떠오른다. 고인이 살아있을 때 더 잘 할 걸 하는 후회, 내가 다른 행동을 했다면 혹시 상황이 바뀌었을까 하는 죄책감, 혹시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


무거운 마음, 어딜 가나 편하지 않은 마음, 울적함, 짜증스러움과 그 때문에 생기는 죄책감, 파스칼이 말했던 "인간의 비참함"이라는 단어에 속하는 이 모든 것들. /p.252

 

 남은 이들은 고인을 추억한다. 사진을 보며 기억을 떠올린다. 그와 있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사소했던 대화가,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으니까.


작고 소녀였던 마망의 사진. 아주 먼 시절의 그 사진은 내 책상 위에 놓여 있고 늘 내 눈앞에 있다. 나는 이 사진을 그저 응시하기만 하면 된다. 그 사진을 그 모습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이 사진을 묘사하고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러면 그녀의 선함이 선물처럼 다가와서 또다시 내 곁에 머문다. 나는 그 선함 속으로 잠기고, 휩싸이고, 완전히 빠져버린다. /p.236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소리 없이 자리 잡는다. 자동차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지인은 차를 탈 때마다 불안해하고, 배우 김주혁의 죽음을 자기 일처럼 여겼다. 흔적은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무늬로 남는다.



망각이란 없다.
이제는 그 어떤 소리 없는 것이
우리 안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뿐이다.
/p.237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는 내게 위로가 되었다. (같은 상황은 아니라서 덜 와 닿았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 나도 그런 일이 있었노라고, 상처를 꺼내 보일 때 공감된다. 주관적인 나의 애도 일기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면 좋겠다.


 덧붙여, 죽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애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실에 대한 애도. 어떤 일로 내 감정이 상했구나. 관계가 끝났구나. 내 마음이 다쳤구나. 나 안 괜찮구나. 안 괜찮아도 괜찮구나.. 그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며칠이 될 수도, 평생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슬픔을 애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