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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선 Sep 19. 2018

로마 정치극에서 시민 1이 되다

연극 <줄리우스 시저>를 보고


연출 니컬러스 하이트너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주연 데이비드 콜더, 미셸 페어리, 데이비드 모리시, 벤 위쇼

제작 영국 국립극장,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일시 9월 8일~15일

소요시간 135분(중간 휴식 없음)




 현장감 있는 참여극 <줄리우스 시저> National Theatre LIVE


 <줄리우스 시저>는 고대 로마 시대를 다룬 정치극이다. 전제 정치를 하려는 권력자 시저, 시저 암살 작전을 세우는 카시우스, 시저를 없애고 공화정을 지키려는 브루투스, 시저의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안토니우스가 나온다. 내용 자체는 셰익스피어 고전에 충실하다.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유명한 대사도 원작 그대로 차용했다.


 하지만 연극은 특별했다. 이유는 두 가지 연출에 있다. 첫째,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예를 들면 시저와 그의 측근들은 "DO THIS!"라는 슬로건 문구가 적힌 단체 티셔츠와 모자를 썼다. 싸울 때는 칼이 아니라 권총을 사용하는 등 위화감 없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먼 옛날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둘째, 관객이 참여하는 연극이다. 무대가 떨어져 있지 않아서 관객들이 배우들과 가까이 호흡했다. 관객들 사이에 섞여있던 몇 배우들이 대사를 외치거나 행동했다. 공연장에서 배우 시저가 등장할 때 악수를 하고, 포스터나 사진을 드는 등 적극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이처럼 지금, 여기, 내 앞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당시 상황에 있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었다.


 참고로, NT LIVE는 영국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공연 실황을 녹화하여 영상으로 상영하는 방식이다. 직접 현장에서 참여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관객들까지 볼 수 있어서 충분히 생생하고 매력적이었다.




정치적 인간의 초상을 목격하다


 작품에는 여러 인간상이 나온다. 리더, 고위 엘리트, 그리고 대중. 모두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다. 인물들은 한 가지 모습이 아니었다. 한 가지 명분 혹은 감정만 있지 않았다. 진심보다 욕심이 더 커질 때. 초심을 잃고 변할 때. 정치적 비극이 시작되었다.


 먼저, 줄리우스 시저를 살펴보자. 그는 전투에서 이기고 돌아와 환영받았다. 처음엔 추대받길 겸손히 거절했으나 이내 자신감이 자만으로 변했다. 북극성처럼 오직 자기 한 사람만이 절대적이라 믿었다. 마르쿠스 브루투스는 어떨까. 그는 시저를 암살하고 말했다. 시저를 사랑했다고, 하지만 로마를 더 사랑했다고. 공공선을 위해 이성적으로 판단하던 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필리피 전투에서 상황이 좋지 않자 이성을 잃고 약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브루투스에게 대항한 안토니우스는 또 어떤가. 시저를 잃고 대중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시저는 우리를 참 사랑했다고. 시저를 알지 못하는 나마저 울컥할만한 연설이었다. 하지만 뒤에서는 사뭇 다른 태도로, 자기 이익을 챙기는 모습이었다. 대중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안전을 가져다준 줄리우스 시저에게 환호했다. 그가 암살당하자 브루투스를 외쳤고, 이내 안토니우스를 외쳤다.

 이처럼 자신의 이익 앞에서 인간은 정치적이다. 인간 내면이 크게 다르지 않기에 역사는 반복되어왔다.




 군중 속에서 시민 1의 역할을 생각하다


 이 연극을 보고 사회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명분을 내세운 이권 다툼과 포퓰리즘에 대해 느꼈기 때문이다. 연출가 니컬러스 하이트너는 셰익스피어 고전을 현 사회에 적용시키는 작품들로 이전에도 이미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의 줄리우스 시저는 도널드 트럼프에 비유되곤 한다. 우리나라 현실도 연극만큼 극적이다. 전 대통령들은 수감되어있고 현 대통령은 북한 평양을 방문한 날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나는 어떤 배역일까. 영향력 있는 핵심 인물들보다는 대중 속 한 사람일 것이다. 리더 혹은 정치적 엘리트가 연설을 할 때마다 휩쓸린 사람. 여론에 따라 선동되고 이용된 평범한 사람. 그러나 극장을 나서며 생각했다. 우리는 스스로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때로는 감정적이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현명한 시민이라면 본인의 생각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군중 속에서 시민 1의 역할을 생각했다.



+연극 소개 영상

https://youtu.be/1oIU1ogsF_8

https://youtu.be/I5ca8Ab40Ds

https://youtu.be/vCY7IrEos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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