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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시 Jul 02. 2024

새벽의 한가운데에서

자동기술법으로 기록한 마음.


오늘따라 잠을 설쳐서, 세 번째 눈을 떴을 땐 대여섯 시쯤 되었겠거니 생각하고 시계를 봤다. 3시 23분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누웠다. 눈을 감고 뒤척여도 쉬이 잠에 빠져들지 않았다. 더욱 역효과인 것을 알면서도 핸드폰을 주워 들었다. SNS 앱을 열어 눈팅했더니 이 새벽에 안 자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가득 있었다.


날것으로 쏟아낸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고 있자니 내가 하고 있는 고민과 걱정들도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 사는 것 결국은 다 비슷비슷하고, 대부분은 아닌 척, 괜찮은 척하면서 살아간다는 거. 개중엔 정말로 아무렇지 않고 괜찮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가진 힘을 모두 짜내어 억지로 괜찮은 척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섞여서 부대끼며 사는 것이 세상이고 인생이려니.


어릴 때는 나이를 이 정도 먹으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수준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정작 그 나이가 되어보니 현명은 개뿔. 속 알맹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낡아서 최대한 사회적인 탈을 쓰고 근엄한 어른인 척하며 애쓰는 삶이다.


젊음이 찬란하다고 하는 건 찰나의 순간이라 그럴 것이다. 당시에는 영원할 것 같았던 나의 청춘도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짧디 짧은 추억의 편린으로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만도 않다. 20대도 좋았지만 당연하게도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20대 때만큼이나 30대에도 좋은 일들은 많았고, 진행 중인 40대에도 좋은 일들은 물론 새로 알게 된 좋은 인연들이 있다. 때때로 어려움과 혼란이 닥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이 있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 안분지족의 마음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벽에 깨서 잠을 못 이룬 덕분에 나의 내면과 평소보다 좀 더 농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이제 다시 잠들어서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 미션이 남았지만 말이다.


사랑해, 나 자신. 어제 하루도 열심히 살아내느라 수고 많았어. 이제 얼른 잠들고 내일 아침에도 새로 열리는 아침을 잘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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