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머나먼 마음의 평화, 어버이날
나는 시방 위험한 짐생이다. 그래도 셔터라도 누르고 좋은 결과물을 마주하면 어제의 혼란함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했더랬다. 그런데 불안이란 놈은 힘이 너무 커서 쉽사리 사그라들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런 것도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의 일종일까. 이런 깊고 깊은 불안을 주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고작 브런치에 쓰고 있다니, 그와 동시에, 불특정 다수를 향해 내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무려 브런치에 쓰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진짜로 '쓰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아서'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다.
멀쩡히 다니고 있던 회사를 너무 성급하게 퇴사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다닐 때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지루한 일상의 보상인 안정과 안온함을 호기롭게 내팽개친 그 패기가 벌써부터 바래가는 게 느껴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수없이 마음을 들락날락거린다.
오늘은 어버이날. 엄마가 어떻게 카네이션 한 송이도 안 사줄 수가 있냐고 서운한 소리를 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카네이션 한 송이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지금은 내 마음속 폭풍이 너무 버겁다. 차라리 카네이션 한 송이도 안 사주는 못난 딸로 남는 게 편할 지경이다. 앞으로 지 앞가림도 못할 못난 딸로 남을 날이 더더 많을 테니까.
내 파격 선언을 지인과 공유하며 엄마는 '쿨하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자식의 벌이가 그렇게 줄어드는데 어떻게 선뜻 허락할 수 있냐며. 엄마는 지가 하겠다는데 어쩌겠냐고 대답했다고. 별 대답을 바라고 엄마가 그 얘기를 나한테 한 건 아니겠지만 뭐라고 대답해야 그나마 모범 답안일까 고민하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영원히 엄마 아빠에게 (물질적으로) 자랑스러운 딸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정신 승리라도 할 수 있는 딸이 되고 싶은데 그것도 요원하긴 매한가지다.
한없이 부정적인 요즈음.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머리도 엉덩이도 다리도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