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싶은 효신의 일기

#1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서성거리다

by 효신

퇴사와 진로 변경을 앞두고 있는 2022년 5월, 정해지지 않은 것 천지인 일상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이런저런 생각만 둥둥 떠다닌다. 어떤 책 제목처럼, 뭐라도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급하게 브런치를 깔고 일기 마냥 주절주절 써 내려간다.


그 재밌던 필라테스마저 오늘은 머릿속의 생각들 때문에 집중이 하나도 안 되고 저 텐션으로 가서 저저 텐션이 되어 나왔다. 연화쌤을 만나고 난 이후로 하고 싶은 것을 정해야 한다는 막연한 책임감이 나를 좀먹는 느낌이다. 내 인생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존재로서 나는 나를 잘 살게 해주고 싶다. 작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한 뼘 더 성장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돈에 연연하지 않고 적게 벌더라도 돈보다 더 가치 있게 내 삶을 소비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렇지 못해서 퇴사를 했다. 취직 후 돈을 벌기 시작하니 씀씀이만 커져서 돈이 내 인생의 잣대가 되어버렸다. 나는 왜 이거밖에 못 벌까 자책하고 나보다 더 많이 버는 친구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그들이 쓰는 핸드크림을 보면서도 나도 저런 걸 쓰면 저만큼 버는 사람처럼 보일까 고민했다. 뭐라도 좇아보려고 그들의 쇼핑 목록을 염탐했고 새롭게 등장하는 힙한 것들 사이에서 좌절했다. 그들의 세상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내 상황에 대한 해답은 아니지만 일단은 퇴사를 했다. 회사에 앉아 있는 8, 9시간의 시간 동안 이보다 돈은 덜 벌더라도 더 가치 있는 다른 활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산다면 비록 돈을 적게 벌더라도, 타인을 물질로는 좇을 수 없는 삶이라도 정신 승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찌질하기는 매한가지이고 나는 내가 원하는 멋지고 쿨한 사람으로 사는 건 이번 생은 글렀다.


아빠는 사진작가로 이직해서 결국 나도 나만의 스튜디오를 차리는 걸 목표로 하는 거냐고 물었고 나는 그건 아직 너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어물거리며 넘어갔다. 연화쌤은 내가 뭘 하든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내가 뭔가를 감당하려 하지 않는 한 달라질 건 없다고 했다. 하는 일만 달라질 뿐 이대로라면 나는 또 마음 붙이지 못한 채 서성거릴 것이다. 하고 싶은 걸 찾고 그에 따른 성패를 내 온전히 감당하는 것. 너무 어렵다. 쉬운 건데 내가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이 글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다. 부디 다음번에 브런치에 일기를 쓸 때는 좀 더 정신적으로 활력이 있는 상태이기를.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