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하루를 보내는 방법
저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날이면 혼자만의 놀이를 시작합니다.
이 놀이는 제가 언덕이 많은 남산 아래 동네에 살던 겨울에 시작되었어요.
유독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늘 그랬듯이 동네 가게들이 쭉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오랜만에 내린 눈에 사람들도 신났는지 골목마다, 가게 앞마다 오도카니 서 있는 눈사람들을 잔뜩
평범했던 귀갓길이 눈사람으로 인해 근사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저 눈사람은 진짜 크다. 만드는 데 꽤 걸렸겠는데...’, ‘얘는 눈강아지네!’, ‘저 가게 눈사람 모형은 항상 있었는데 오늘보니 또 새롭게 보인다-’ 같은 감상을 하며 눈사람을 발견하며 걸어가니 집에 금방 도착해서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추워서 몸이 잔뜩 웅크려지는 겨울날, 이런 순간을 만나는 게 얼마나 기쁜가 되새겨볼 수 있던 날이었어요. 어느덧 다음 겨울이 되고서도 이 날이 떠올랐으니까요. 이번 겨울에도 귀여운 눈사람을 발견할 날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문득, 눈사람을 발견하는 일이 꼭 겨울에만 가능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이 내리지 않아도 눈사람을 발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의식하진 않았지만 이미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요.
여행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어서 번거로워도 카메라를 챙겨 외출하는 일, 동네 산책을 하며 바뀌는 계절을 알아차리고 나무와 새의 이름을 궁금해하는 마음, 키우던 식물의 새 잎을 발견하는 것. 좋은 책을 읽고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 차를 마시며 일기쓰는 시간까지. 저는 자연을 비롯한 내 주변 세계와 감응하고, 평안한 일상의 기쁨을 곧잘 발견하곤 했지요.
앞으로 이 브런치에 기록될 글과 사진은 각기 다른 계절과 시간에 담았지만 어쩌면 제 눈사람 모음집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의 눈사람은 무엇인가요?
녹지 않는 나만의 눈사람을 찾아보면서 오늘도 평안하고 소소한 기쁨을 누리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