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순씨는 도시의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탐조를 취미로 둔 딸의 권유로 팔순이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베란다에서 짹짹대며 기다리는 새들의 밥도 챙겨준다.
새를 만나고 새로이 느끼는 일상의 기쁨부터 찾아오는 새를 알아보고 세심히 살피는 시선과 마음, 그림과 함께 삐뚤빼뚤한 글귀로 남기는 일지와 편지까지. 사랑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날 전시된 맹순씨의 그림과 책 <맹순씨 아파트에 온 새>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성스럽게 살피고 마음을 주고, 관찰한 것들을 기록하며 살아가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대상은 지금처럼 식물이 될 수도 있고 미래의 고양이일지도, 나의 하루, 일, 주변 사람들과 사물 - 무엇이든 될 수 있겠지. 어쩌면 이 모든 것? 높은 확률로 자연은 항상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나에게 중요하고 앞으로도 새길 삶의 태도를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미 알고 있고 하고 있는 거지만 때론 알고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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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들을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받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연을 이해하기를 기다릴 수 있을까? 그 선물들이 지닌 고유한 가치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자연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에 더 기쁜 것이다. 나는 내 기쁨의 원천이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선물들로 내 바구니를 가득 채우기를 좋아한다.
○ 건강한 사람은 계절의 보완물과도 같아서 한겨울에도 마음속은 여름이다. 그곳은 언제나 남쪽 나라다. 거기로 온갖 새와 곤충이 몰려들고, 그의 가슴 속의 따뜻한 샘물 주위로 개똥지빠귀와 종달새가 모여든다.
○ 잠에서 깨면, 막 코르크 마개를 딴 하루의 표면에서 터져나오는 거품인 양, 귀에 익은 새들의 나직한 노랫소리나 참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법이다! 하루 종일 맑은 정신으로 있고자 한다면, 매일매일이 선사하는 달콤한 과즙의 첫 잔을 음미해야 할 터다.
○ 우연히 한데 모인 생각들은 하나의 틀을 이루고, 그 속에서 더 많은 생각들이 생겨나고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런 것이 글 쓰는 습관과 일기쓰기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도 모른다. 우리로 하여금 가장 좋았던 시간들을 기억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게 하기 위한 것.
<소로의 문장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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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는 도시 산책자에게 유용한 어플.
○ birdNET - 새의 음성을 녹음하면 새의 이름을 알려준다.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고 영어 학명으로 알려주지만, 한국의 새들도 잘 식별되는 편.
○ 모야모 - 궁금한 식물 이름 질문 부터 식물 클리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식물 커뮤니티이자 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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