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미련 사이

미련이 내게 준 선물

by 임대표
진흙탕 같은 세상에서 뒹굴더라도 연꽃 같은 언어를 피워 올린다면 삶의 풍경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 미련이 내게 준 선물이다. <은유의 쓰기의 말들 중에서>


엄살이 심했던 오빠와는 다르게 어릴 때부터 난 잘 참는 아이였다. 내 입에서 아프다는 말이 나오면 심각하게 아픈 거라는 걸 부모님께서는 아셨다. 그만큼 참고 참고 또 참다가 도저히 못 참겠으면 겨우 말하는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다만 몸이 아픈 것뿐만 아니라 생활하면서 불편하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않았다. 워낙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저냥 참을만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런 내 눈에 비친 오빠는 참 유난스러워 보였는데... 이런 나를 부모님은 답답하고 미련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국민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몸이 너무너무 아파서 손가락 까딱도 힘들던 어느 날 아침. 고열에 시달리며 힘들어하던 나에게 엄마는

"빨리 학교 갔다 와. 죽어도 학교 가서 죽어."라고 말씀하시며 등을 떠밀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무시무시한 말이다.ㅠ

어쩔 수 없이 펄펄 끓는 몸으로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이 몸으로 왜 학교에 왔냐면서 빨리 집에 가라고 하셨다. 다리 직직 끌고 집에 겨우 돌아왔고 몸이 덜덜 떨려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들었다.

퇴근하신 엄마는 깜짝 놀라서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고 지독한 독감인 걸 알게 되었다. 그 후 일주일간 학교도 못 가고 호되게 아팠다.

아이러니하다. 미련하게 구는 딸을 답답해하셨지만 은근 참을 것을 강요당하곤 했다.

바쁘셨으니 그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어린 나에게 은근 강인함을 요구하시는 바람에 표현을 하기보다는 입을 닫는 편을 택했던 것 같다.

'인내'라는 덕목을 가르치고 싶으셨던 거겠지만 결국 나에게 남겨진 건 '미련'이 아니었을까.


'미련은 내게 익숙한 삶의 태도였던 것 같다.' 은유 작가님의 문장에서 내가 보여서 마음이 아리다. 참는 것이 당연하게 요구되던 환경 덕분에 참 많이 고달프고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참는 것이 더 편했다.

그저 조금 참으면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순간은 금방 지나간다.


결혼 후 남편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할 때도,

아이들이 속을 썩여 나의 속을 뒤집어 놓을 때도,

일상 중 관계에서 억울함에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난 항상 입을 닫는다. 마치 훈련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없을 것 같을 땐 더더욱 입을 닫는다. 뭔 소리를 쏟아낼지 나도 모르는데, 통제 안 되는 나 자신을 대면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뒤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크다.

제대로 파이팅 붙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내가 입을 닫아버리니 어지간하면 싸움이 안된다.

서로 시간을 보내고 흥분이 가라앉았을 때 대화를 시도한다. 화난 마음이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기에 서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단어를 일부러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별것 아닌 것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참을 인자를 품고 의도적으로 입을 다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의식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기에 이 훈련을 시스템화시켜 내 몸에 탑재시킨 나 자신 칭찬한다.

'미련'은 나에게 삶의 지혜와 관계의 평안을 선물해 주었다.






임대표님의 '미련'은 '미련'이라기보단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깨우치신 것 같은데요! 제대로 붙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감정을 분출하지 않고 대화로 푸시는 건 건강한 감정 해소라고 생각해요~~^^ 멋지십니닷!!


사실할 말은 많은데 하지 않겠다 하는 두껍고 커다란 문 같아요

이런 사람이 진짜 무서운 사람인데 수정대표님은 속으로 강하신 분 ㅎㅎ

저도 어른되고 의도적으로 입다 무는 게 편해서 그러기도하는데 가끔은 열불나기도 해요 ㅋㅋ

어릴 때 티 안 내고 많이 참은 편이었는데 그건 성격상 좋은 게 좋은 거다 하는 게 기질이고 첫째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엄살 심한 오빠 덕에 더 표현을 못했던 건 아닐까요 참아야만 했던 수정대표님의 어린 시절을 감히 쓰담쓰담합니다.


화가 날 때 입을 닫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흥분이 가라앉고 대화로 푸신다니!! 대표님은 미련이라고 표현하셨지만 찐 어른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 저도 때론 마음속은 불이 나는데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참는 것을 어른들은 착하다고 표현하는 게 불편하다고 느끼기도 했거든요! 나름 착한 아이로 강요받기도 했던 거 같아요 ㅎㅎㅎ 그래서 어릴 적 맘속에 담겼던 말이 어른이 되어 서운한 표현으로 종종 튀어나올 때도 있더라구요! 참는 거 쉽지 않아요 진짜 ㅎㅎㅎ


<with 결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