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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벽 Nov 11. 2024

나의 Persona

내가 나를 마주하는 순간

얼굴

의자 그림책

책고래 출판사




타인 감정의 투영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 변화를 귀신같이 캐치했다.

착각의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맞았다.

나와 특별히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감정의 변화도 금방 흡수해 버리는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내 감정도 좌지우지되는 일이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이 또 하나가 있다면, 이제 감정변화의 캐치는 여전하지만, 적당히 무시하며 살 줄 알게 됐다는 점이다.

내 담장 속에 들이지 않은 사람들의 감정 변화는 어느 정도 눈을 감아버릴 수 있게 되어 그나마 살아냄에 보탬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샘 힘들게 사시는데요?"

"맞아요. 저 그래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감정 변화도 이렇게 빨리 캐치하는데, 하물며 내 담장에 들인 이들에게는 어떻겠는가!

적당히 무시도 하지만, 왠지 그 감정 변화가 혹여 '나'에게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면 나의 하루는 엉망이 되기 일쑤다.

"미움받기 싫어요."의 마음이 마음 깊숙이 들어앉아 나를 갉아먹는다.


불안하고 가난했던 기억들이 깊은 곳 안에 똬리를 틀고, 삶의 곳곳에 영향을 준다.

조금만 잘못하거나 어긋나도 모두가 나를 향해 비난의 눈동자를 퍼붓는 듯했다.

그렇게 눈치를 살피며 살아왔었다.


어릴 때 만났던 사람이 나를 향해 이야기했다.

"넌 나의 페르소나야."

그때는 몰랐던 의미를 이제는 알 것 같다.

그 사람 역시 가면이 필요했으리라.

내가 쓴 가면은 보지 못한 채, 밝아 보이는 겉모습만을 보고 '나'라는 가면을 쓰고 싶었구나...



의자 작가님의 [얼굴] 그림책을 보면,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주인공이 보인다.

가면을 쓰기 전과 상반된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 가면을 쓰고 산 삶은 거짓인가?

나에게 묻는다면,

"아니!"

라고 말 하겠다.

가면이 거짓이라면, 그토록 오래 얼굴에 붙어있지 못하지 않을까?

가면도 결국 내 속의 일부였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주인공이 가면을 벗었을 때 본래의 얼굴은 텅 비어있다.

너무 오래 쓴 탓에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고민했다.

여기에서 또다시 '진정한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앞서 말했듯이 가면이 거짓은 아니라고 말하는 나에게는 도통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거다!

이러면 나도 받아들일 수 있지!


결국 가면은 내 속에 있는 또 다른 '나'였던 것이고, 무수한 상처 속에서 살아남은 '나'인 것이다.



"상담을 하면 정말 잘 맞을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었다.

"욱이 어머니랑 이야기하면 마음이 정리가 되고 편해져요."


감정을 잘 캐치하기에 잘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그 부분 때문에 꺼려지기도 한다.

너무 깊이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기 때문에 '나'를 잃어버리기도 쉽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부분 대문에 상담사들이 정기적으로 비움의 시간을 갖는 것 일깨다.

그리고, 내담자와의 친밀도의 선을 지키는 일도 나에겐 버거운 일이지 않을까 싶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처음에는 오래전부터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그 글을 쓰기에는 나의 시간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현재 나의 삶과 관련이 있는 것들로 시작을 했다.


난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지망생이고, 그림책작가이다.

실제로 저작권등록을 한 그림책이 두권 있으니 작가인 건 맞으나, 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란 것을 알기에 작가지망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끄적거렸던 것들로 시작을 했고, 나의 이 많은 생각들을 토해 낼 곳이 필요해서 일기장을 만들었다


토해내듯 글을 쓰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쓰자.


이 과정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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