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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구 Sep 09. 2020

거리 위에서

꿈과 기억 / 혼자의 주말


아이들이 뛰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 하는 소리가 내가 있는 자리에 울려서 귓전이 멍했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등 뒤에 드는 햇빛을 느꼈다. 아이들이 계속해서 뛰노는 걸 눈을 감고도 알았다. 그것이 바다에서 나는 소리, 어쩌면 바람이 파도에 부딪쳐 부대끼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수요일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 나는 혼자였다. 나는 혼자가 되어 혼자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완벽하게 다 해냈다. 정말이지 완벽한 시간이었다. 수요일이 지나더니, 목요일도, 금요일도 지나고 말았다. 마침내 토요일이었다. 하지만 토요일에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 두지는 않았었다. 주말. 주말인 것이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더라.


이제 내게 달라져 버린 주말이 싫었다. 평일 내내 노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주말은 달콤하고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인데, 내게는 달라진 지금을 두고 못내 심통이 났다. 심통이 난들 어쩌랴. 내 발로 평범한 삶의 궤도를 빠져나온 것이 아닌가. 주중을 내내 틈틈이 여유로 채웠던 만큼 왠지 모르게 빚진 기분이 들었다. 마치 비용을 지불하는 외상쟁이처럼 주말을 쉬히 보내지 못하게 되었다. 나의 일에는 주말이나 휴일이 없다. 그저 기약없이 꼼짝없이 앉아야 한다. 이것은 마치 영영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일과도 비슷한 일이다. 


자꾸만 괴로워지니, 반복해서 괴로움이 순환하고 있다 보니까, 자꾸만 한 곳에 머물고 그 안으로 깊이 정착하고, 파고 들어서, 깊이 파고들어서 움푹 패인 자리에서 영영 나오지 않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에게 말했다. 


"혹여 내가 많이 아프더라도 당신은 좀 버텨주길."


나는 병에 걸리고 말 것이다. 이 몹쓸 빛이 가득한 거리 위에서.


202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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