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효구 Jul 04. 2021

딸기 맛 물약

OE 시집


어린 엄마가 붉은 립스틱을 바른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보편적 습관

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아기의 울음소리 들려온다

엄마는 조금 혼란스럽다 마치 나의 울음소리 같아


아기는 울면서 기침을 한다

약을 먹여야지 어린 입이 삼킬 수 있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해야지


엄마는 서둘러 일어나 찻물을 붓는다

아무 데나 물을 부어도

생물은 자라나니까


엄마 왜 울어? 엄마를 따라 아기가 웁니다

아기는 착한 아이이니까

입 속에서 뱉은 딸기를 엄마 입에 넣어주려고 식탁에서 몸을 일으키다 머리 쿵 엄마가 달려옵니다 아기는 신발을 거꾸로 신어요 오른 발 왼 발 구분을 못 해요 신발이 달려가요 식탁이 무너지고요 엄마는 주전자에 숨어요


아기의 입에서 딸기가 나온다 씨가 다 빠진 딸기 아주 빨개요 아주 달아요

딸기 하나 딸기 둘 딸기 셋 끄어억 자알 먹었다 트름도 잘하지요 내 새끼

라디오에서 딸기 딸기 딸기 하고 건너편 작은 방 티비에서 주근깨 삐삐가 삐삐 삐삐 삐삐


주방 바닥 흥건한 딸기 맛 물약

짓이겨진 붉은 립스틱




작가의 이전글 버드나무 이야기에 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