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일기 / 10. 24 - 30
시간의 흐름은 늘 제멋대로지만, 느리게 흐르든 빠르게 흐르든 와야 할 것들은 반드시 온다. 그토록 기다렸던 꾸꾸의 움직임을 느꼈고, 그 정도는 날로 선명해지고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좋아하는 자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자세를 좋아하는 걸까. 그렇게 꾸꾸는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책에서 알려주고, 의사 선생님이 일러주는 대로 꾸준히 잘 자라고 있다. 머지않아 꾸꾸를 맞이하게 될 우리도 잘 자라고 있나...?
_ 잘 버텨내는 한, 무엇이든 자라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눈에 띄지 않더라도.
아기를 품는다는 건, 아픔을 견뎌내는 일인 거 같다. 입덧을 시작으로 엉덩이 뼈, 배, 그리고 피부 트러블을 겪은 아내는 요즘 갈비뼈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밤엔 혹시 부러진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프다고 한다. 발로 차는 건지, 뼈 사이에 손을 넣은 건지, 갈비뼈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시도 때도 없이 아픔을 견뎌내며 꾸꾸를 키워가고 있는 아내가 새삼 대단해 보이고, 종종 미안해진다.
안 되는 일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도 생각보다 많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뭐 어쩌라는 건지 참내. 먹고 싶은 회 한점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고, 가끔 가던 사우나도 마음껏 갈 수가 없고, 시원한 맥주 한 캔도 즐길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아내가 안쓰럽다. 그리고 느리지만 반드시 올 그 날을 기다린다.
귀가 생겼다고 하니,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하니, 그리고 옛말에 미워하는 사람을 닮는다고 하니. 자주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켜야 할 때가 있다. 그래 저 새끼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욕하지 말자. 그럴 수도 있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스트레스받지 말자. 꾸꾸가 저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참긴 개뿔 그냥 다 망했으면 좋겠다. 아니 어쨌거나 진짜 못 참도록 화가 많이 나는 날들을 꾸역꾸역 삼킨다.
어른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건 더 쉽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더더더 어려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