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일기 / 11. 7 - 13
여행은 서툴고, 두렵다.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법도 모르고, 가끔은 스트레스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일 년에 한 번쯤 이렇게 멀리 떠나는 일은 아주 설레고 즐겁다.
영어를 못한다. 총도 무섭고, 햄버거 말곤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지만, 미국에 놀러 가는 것은 신난다.
물안경 없이 수영을 못한다. 깊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무서워서 뛰어들지 못하고, 살 타는 것이 너무 싫지만 바다와 수영이 참 좋다.
뭐 이해는 할 수 없지만 기쁜 마음으로 올해도 늦은 여름휴가를 갔다. 뱃속의 꾸꾸가 많이 걱정됐지만 지금이 아니면 이십 년 후에나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용기 내어 떠났다. 예전보다 더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꾸꾸는 여행도 좋아하고, 바다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영어도 잘하는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건강만 하면 소원이 없다는 내가 말했다)
_ 어쩌다 태교여행, 셋이 갔다가 셋이 무사히 잘 돌아왔다!
이 도시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 눈에는 아기들만 들어왔다. 어딜 가든 '저 애기 좀 봐', '쟤 좀 봐', '아까 걔 봤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아기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눈을 찡긋하는 일, 예전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일들도 서슴없이 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몇 살이에요?라고 물을 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아기들에게 눈길을 주고, 손을 흔들며, 세상에 나올 꾸꾸를 생각했다.
따사로운 날이 계속됐다. 분명히 뜨거운 여름인데 무덥지 않았고, 습한 기운도 없었다.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아주 파랗고 높았다. 하늘을 보고, 수영을 하고, 낮잠을 하고, 바다에 나가 시간을 보냈다. 막 해가 뜬 아침엔 아침대로, 해가 높게 뜬 한 낮엔 또 한낮대로, 해가 지는 저녁엔 저녁대로, 그리고 별이 뜬 밤에는 밤대로, ‘와 하늘 좀 봐’라는 말을 많이 했다.
_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진짜로 즐거운 일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좋은 하늘이랑 바다였다.
입지도 못할 작은 천쪼가리가, 작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감탄할 존재가 될 거라 생각해본 적 없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꾸꾸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울렛에 가서도, 백화점에 가서도, 골목 야시장에 가서도, ‘이 옷 좀 봐’, ‘이거 봐 이거’, ‘와 이거 미쳤네’라는 말이 멈추지 않았다. 아기는 금방 커버린다고, 그런 거 사봤자 다 소용없다고 분명히 듣고 왔지만, 그 말이야 말로 소용없었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꼼꼼히 따져가며 지나치게 많은 옷을 사버렸다.(카터스 당신은 대체...)
긴 비행시간이 지겨워하며, 이것들이 지금 무슨 일을 벌이는지 궁금해하며, 가을날에 느끼는 여름 볕을 이상해하며. 배위로 느껴지는 차가운 물 기운에 깜짝 놀라며, 꼬부라진 말들을 낯설어하며 꾸꾸는 조금 더 자랐다. 어느 날 밤엔 쑥 하고 자세도 바꿨다. 아내는 발로 차는 것이 아니라 배가 꿀렁하고 움직였다고, 볼록한 부분이 바뀐 배 좀 보라고 말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뭐 그러했다고 한다. (금세 수영을 배워서 턴을 한 건가)
_ 이 시간을 꾸꾸는 기억할까.
수영을 하다가, 거북이를 봤다. 이 곳의 거북이에겐 좋은 기운이 있어서 거북이를 만난 사람에겐 좋은 일이 있다고 했다. 그 좋은 일을 꼭 꾸꾸와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