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W: 꾸꾸 활짝 피었습니다

꾸꾸일기 / 12. 12 - 18

by HYO

아기에게 기억이 생겼다고 한다. 거짓말 같지만 몇몇 어린이들은 뱃속 시절을 기억한다고 한다. 꾸꾸는 뱃속의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많이 즐겁고, 행복하며, 우리를 빨리 만나고 싶은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행복해 보여서, 행복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다섯 손가락을 봤을 때, 꿀렁하고 배 밖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을 때, 그리고 오늘 입체 초음파로 얼굴을 봤을 때 이 순간들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수많은 검사 중에 가장 기다렸던 입체 초음파를 봤다. 흑백이 아닌 입체로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아기의 생김새를 볼 수 있는 아주 신기한 검사. 그러나 수줍어서인지, 비싸게 구는 타입인지 구석에 콕 박혀서 얼굴을 잘 보여주지 않았다. 병원 계단을 올랐다 내려오고, 한참을 걷고, 당수치를 걱정하면서 초콜릿을 먹고, 끊임없이 배를 움직이며 세 번의 시도 끝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기는 웃고 있었다. 볼은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턱은 딥플로우처럼 동그랗고 매끈했다. 내가 볼 땐 코도 꽤 높아 보였다(부모의 착각). 언젠가 꾸꾸가 가장 예뻤던 순간을 적으면, 상당히 앞쪽에 적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 들 만큼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기계로 문질러서 간지러웠나, 우리가 보는 걸 알고서 웃어줬나, 나의 바람대로 뱃속 생활이 즐겁나. 수많은 상상을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을 꺼내본다. 이유가 무엇이든 행복해 보여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_ 아기의 표정이, 사람의 마음이 된다.




임당생활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마음껏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또 마음껏 먹을 무언가를 찾아낸다. 일단 ‘둥굴레차’는 일종의 생명수 같은 존재인 거 같다 둥굴레차와 운동을 병행 시 혈당을 떨어뜨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구운 윙이나 닭봉, 놀랍게도 치즈케이크도 수치를 크게 높이진 않았다. 적은 양에도 극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백미와 초장이었다. 아 임신성 당뇨 환자의 몸과 마음에 가장 좋은 것은 먹고 싶은 것을 먹은 후에 쇼핑몰 산책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식이다.




국민 체조하는 밤

함께 식사를 한 날엔, 식사를 마치고 국민체조를 한다. 밖은 너무 춥고 빨리 어두워지니까, 게다가 격한 운동은 또 할 수 없으니까 익숙한 음악과 구령에 맞춰서 국민체조를 한다. 가끔은 미국 아주머니가 알려주는 에어로빅도 하고, 군대에서 하는 도수체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효과가 있으며, 먼 훗날의 좋은 기억이 될 거 같다.




나름의 걱정이 아내에겐 야속한 일들이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마음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만히 믿고 따라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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