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W: 생겨나는 마음

꾸꾸일기 / 12. 5 - 11

by HYO

8개월이 되었다. 꾸꾸는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고, 우리는 녀석의 존재감에 매 순간 감탄하며 꾸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엔 걱정만 가득했는데, 잘 키울 수 있을 거 같은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야기하는 밤

배를 톡하고 치고, 손을 얹고 있으면 잠시 후 톡하고 반응이 온다. 꾹 누르면 또 쭉하고 밀어낸다. 잠들기 전에 이름을 부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꿀렁하고 움직일 때도 있다. 책을 한 두 페이지 읽으면 또 톡하고 움직인다. 어떤 날에는 배가 쑥 올라올 만큼 밀기도 한다. 꼬리 사라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자랐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도 알고, 상상력 사전에 의하면 손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지어낸 말이라 해도 믿고 싶다.




마음 어디에서 오는지

악어에 쫓기는 아기 사슴을 구하기 위해 엄마가 악어 앞으로 달려드는 영상을 보다가 울컥했다. 서툰 걸음으로 길을 걷는 아기들을 보면 넘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움찔하며 팔이 움직인다. 마트에서 울며 보채는 아기를 보며, 저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의 아기 자랑 시간도 꽤 견딜만해졌다. 외국인처럼 아기의 얼굴은 ‘아기’라는 카테고리 안에 모두 담겨있었는데 아기의 얼굴은 모두 다 다르다. 아기를 재우는 수달 사진을 몇 번씩 돌려본다. 올해의 건강검진은 유독 신경이 쓰였다. 몰랐던 혹은 없었던 마음들이 생겨났다.




모두의 꾸꾸시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곧잘 귀엽다고 말한다. 뱃속에서 조금만 움직임에도, 작은 양말을 정리하면서도, 흐릿한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도. 누구에게나 이런 꾸꾸시절이 있었겠지? 모든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작은 움직임에도 대단한 찬사를 받던 그런 시절. 그런 시절을 생각하며 조금 더 사람을 미워하지 않도록 해보자(처음엔 꽤 잘 먹혔는데, 뭐 이런 귀여운 시절을 너도 겪었다고?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기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 첫 숨을 쉰다고 한다. 이 별거 아닌 사실도 너무 위대해 보여서 ‘진짜?’라고 몇 번씩 묻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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