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W: 슬퍼할 겨를 없이

꾸꾸일기 / 1. 2 - 8

by HYO

서른여섯 살이 되었고, 꾸꾸는 9개월을 맞이했다.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우리의 의지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새로운 변화들에 당황하고, 적응하고, 울고 웃으며 보낸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어쩌면 최종 관문 같은, 어떤 자세한 설명을 읽고 듣고 봐도 상상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출산을 남겨두고 있다.




아기가 크는 만큼, 커지는 아픔

꾸꾸는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번 초음파 때보다 더 웃고, 찡그리고 할 수 있게 되었나 보다. 그리고 쑥쑥 자라서 자궁이 100배가 커졌고 그로 인해 위와 심장, 폐와 방광을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을 실감할 수 있을 만큼 아내의 배는 커졌다. 그래서 아픔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허리도 아프고, 요즘엔 골반이 많이 아프다고 한다. 화장실도 자주 가고, 작은 움직임에도 숨차 한다. 무엇보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꾸꾸의 무게만큼 고민의 무게도 커지고, 꾸꾸가 자란 만큼 고통도 함께 자라나 버렸다. 그리고 나는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이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한 날들이 있다.



_ 우리는 아무것도 잘 모르겠는데, 넌 다 아는구나? 짜식.




잘못한 거 없이, 미안한 마음

정기검진을 갔다. 꾸꾸가 많이 자라긴 자랐나 보다. 배 크기가 열흘이나 더 크다고 했다. 임신성 당뇨를 겪고 있는 아내에게 많은 위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수술 동의서에 쓰인 말처럼 아주 무서운 말들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아내는 한참을 울었다고 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부족한 사람이 된 거 같아서. 혹시 모를 가능성이 많이 무서워서. 알 수 있을 거 같지만 알 수 없는 마음들에 조금 힘들었다. 무엇을 해야 다시 힘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해보다는 공감이 늘 이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늘 서툴다. 많은 이유들로 우울했던 한 주였다.



혼자가 아니라서 챙겨야 할 것도 많다. 먹고살기 위해 한없이 감정에 취해있을 겨를 없이 바쁘다. 가끔은 그것이 다행일 때도 있다. 어찌할 수 없어 힘들었던 마음 툭 털고 다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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