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일기 / 1. 23 - 30
아직 뱃속 있지만, 그래도 우리 둘보단 셋이라는 말이 입에 더 잘 붙는다. 우리 셋이 같이 고향에 가고, 우리 셋이 같이 짧은 설날을 보냈다. 우리 셋이 같이 먹고, 자고, 쉬고, 놀고. 그랬다.
_의미는 없지만 귀여워서.(원주의 개들_1)
꾸꾸의 움직임이 거대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아침을 먹을 때, 달콤한 것을 먹을 때, 그리고 돈 이야기를 할 때. 당연히 우연의 일치겠지만, 돈 이야기를 하면 난리를 친다. 얼마 전에 꽁돈이 생겨서 꾸꾸 통장에 조금 넣어주고 생색을 냈을 때도, 아내가 장모님이랑 어떤 돈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면서 세뱃돈을 챙겼을 때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지만, 탐욕스럽진 말아 줘. 돈은 좋은 것이긴 한데 그렇게 요동칠 만큼 그런 건 또 아니야... (아닌가 맞나...?)
아기와 관련해서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지만 미안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그리고 어째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는가 자책하며 스스로를 탓할 때도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보다 아내가 더 많이 느꼈을 것이다. 임신성당뇨 판정을 받았을 때도, 아기가 조금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리고 얼마 전 자궁수축으로 입원했을 때도. 임신과 관련한 많은 일은 모든 것이 우연이고, 랜덤이고, 알 수 없는 것이고, 이렇게 된 것이 우리 때문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마음이 그렇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뻔뻔스러워져도 되는데 말이다.
아주 게으르게 쉬는 것도,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는 것도, 사지 않아야 할 물건을 사는 것도, 서로에게 귀찮은 것을 미루는 것도, 다 꾸꾸때문이라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는 순간이 많다. 그리고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고, 힘든 몸을 움직이고,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책을 읽고, 양보하고, 조금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된 것도 꾸꾸때문인 순간도 많다. 서로에게 이유 없이 이유가 되고, 계기가 되는 사이가 부모와 자식인가 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의 이유니까, 아프지 않고 행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_ 역시나 의미는 없지만, 역시나 귀여워서.(원주의 개들_2)
지난주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엄마들은 다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뱃속의 하루가 밖에서 일주일”이라고. 엄마의 뱃속은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위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