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일기 / 1. 16 - 22
우리의 삶은 평범하고, 평온했다. 크든 작든 별다른 이벤트가 없었다. 며칠의 삶을 기록한 다음 날짜를 지워 놓으면 언제가 언제인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별일 없이 살았다. 허나 꾸꾸가 생기고 나선 크고 작은 별일이 다 있다. 결국 허허허~ 하고 실없는 웃음으로 끝나는 별일이 아닌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가슴이 철렁하고 걱정이 한가득인 그 순간이 좋진 않다.
오일을 기다린 토요일 아침, 아내는 배가 살짝 아프다고 했다. 위염인가라고 말하곤, 내과에 가기 전에 산부인과에 잠깐 가자고 했다. 진료가 끝나면 맛있는 것도 먹고(배가 아프다면서, 먹을 것을 생각했다니...), 마트도 들르기로 했다. 금방 끝날 일이라 양치하고 세수만 하고 병원에 갔다. 그리고 그대로 입원했다.
이유는 자궁수축이었다. 대충 얼른 진료받고 가려고 했던 그 배는 사실 아기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고, 살짝 아프다던 고통은 사실 엄청난 것이라고 했다. 고통에 둔한 건지 참을성이 많은 건지 몰랐던 아내의 모습이다. 아내는 나에게 가장 똑똑한 사람이었는데 사실은 배가 뭉치는 느낌이 뭔지도 잘 모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하하
진료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려고 아침도 안 먹었는데, 그렇게 다섯 시간 넘는 검사를 받았다. 수치가 20을 넘는 일이 몇 분 간격으로 반복되면 약을 맞아야 하고, 약을 맞으려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검색에 의하면 입원은 길면 한 달도 넘는 큰 일이었다.
수축은 도통 잡히지 않았고, 아내는 입원을 했다. 평온한 주말, 참 별일이다.
_마트가야지.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지... 일어나...
좁은 병원 침대에 나란히 앉아, 오늘의 첫끼를 때우며 허허허 하고 웃었다. 이게 뭔 일이라니. 일어나자마자 나와서 갑자기 입원이라니. 주말을 여기서 보내게 되었다니. 허허허-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아내는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할 수 있는 건, 누워있거나 앉아있거나 밥을 먹는 것뿐. 회사 다닐 때 종종 바랐던 생활인데 막상 경험하고 나니 감옥에 수감된 느낌이라고 했다. 들어오는 간호사마다 퇴원을 물었으나 기약 없다는 답만 들었다. 그나마의 넷플릭스가, 꾸꾸의 움직임이 힘든 아내를 달랬다.
병을 고치러 들어온 이곳에서 마음의 병이 쌓여가는 것 같았다. 주말은 함께 있으면서 필요한 이것저것을 날랐고, 평일엔 출근 전과 퇴근 후에 잠시 들러 아내를 살폈다. 병원의 아내가 어색하고 안쓰러웠다.
쪼그만 게 여러모로 우리를 걱정시키고 놀라게 한다. 이 난리에도 꾸꾸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우리를 놀리듯 더 거센 거 같기도 하고. 임신성 당뇨로 인해 아기가 조금 커서 걱정했는데, 이런 일이 있으니 도리어 다행이다. 이미 나와도 크게 지장 없는 무게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꿈틀거리는 이꾸꾸. 귀여우니까 주말의 일도 모두 봐준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아내는 4일 입원하고 퇴원했다. 집에 보내달라고 하도 보채서 인 거 같다. 아내는 푹 쉬어야만 하며, 언제든 아기가 나올 수 있는 몸이 되었고, 나는 혼자서 주차하는 능력을 조금 얻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