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W: 왜 그럴까?

꾸꾸일기 / 1. 31 - 2. 6

by HYO

2월이 되었고, 꾸꾸는 이제 막달에 접어들었다. 누가 봐도 만삭의 몸이 되었고, 언제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절이 되었다. 빠르다가 또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볼록하게 배가 나온 모습이 익숙해졌고, 처음 겪는 많은 일들에 적응했다. 하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건 곧 우리가 엄마, 아빠가 되고, 이 작은 집에 세 명이 함께 살게 된다는 것이다. 아기를 품에 안은 순간이 아주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는 부장님의 말이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회사는, 왜 그럴까.

아내는 계획보다 조금 일찍 출산휴가를 시작했다.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고 아주 낯설어하는 것 같았다. 아침마다 '윽~'하고 앓는 소리를 했던 거 같은데, 회사 가기 싫다고 자주 말했던 거 같은데.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되니까 회사를 가고 싶어 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한 번도 쉬어본 적이 없어서 일까. 원래 인생계획에는 없었던 출산휴가라서 그럴까.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 긴 시간을 보내야 해서 그럴까. 회사란 건 참 왜 그럴까. 하필 바쁜 시기가 겹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 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철없는 마음은 좀 부럽기도 하다)




꾸꾸는, 왜 그럴까?

가랑이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아픔이 업데이트되고 있다고 한다. 배가 쥐어짜듯 아프다거나, 전기가 찌릿하고 흐르는 것 같다거나, 나는 전혀 알 수 없는 생리통이 순간 느껴진다거나. 뭐 그런. 이런 고통이 아기가 나올 준비를 하면서 오는 거라고 하는데, 이러다가 정말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어느 날 갑자기 TV에서 보는 것처럼 아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괴성을 지르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택시를 불러야 하는가, 서툴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가, 119에 전화를 해야 하는가. 뭐 잘 모르겠다. 아니 대체 예정일이라는 건 왜 지켜지지 않는 것이며,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 출산 3일 전을 알려주는 시스템은 왜 없는 건지 참.이라고 말도 안 되는 푸념을 하는 요즘이다.


배 위로 발을 만지고 있는 느낌이 난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내는, 왜 그럴까?

아침에 사과를 깎으면서 아내는 '꾸꾸야 사과 먹자'라고 말한다. 사과는 본인이 다 먹을 거면서, 꾸꾸는 아직 이도 없을 텐데, 뭘 먹을 때마다, 뭘 할 때마다 저러는데 왜 그럴까. 심심해서일까. 아님 내가 모르는 꾸꾸와의 어떤 교감이 있는 걸까. 사실 내가 안 볼 때마다 저렇게 말하는 타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웃기다. 꾸꾸가 태어나면 공룡 연기도 하고, 마녀 연기도 하고 막 그럴 거 같단 말이지.



이제, 이십일도 남지 않았다. 아내는 배 밖으로 손이 나오는 꿈을 꾸며, 누군가의 후기에 두려움에 떨며, (우리 마음대로 몹시 사랑스러울) 꾸꾸를 기다린다. 누군가를 이토록 기다려본 적이 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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