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꾸일기 / 2. 7 - 13
언제 나와도 괜찮을 시간. 하지만 꾸꾸는 나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태동이 줄어든다고 했는데, 낮이고 밤이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더욱 강해진 건지 배가 쑥 하고 나올 만큼 강해졌다. 37주, 몸무게는 삼 킬로를 훌쩍 넘었고, 배 둘레도 38주를 넘어섰다. 빨리 만나고 싶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셋이 함께 하는 새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얼마 전, 자궁수축으로 병원에 갔을 때만 해도 아기가 생각보다 빨리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요즘은 너무 늦게 나오면 어쩌나 걱정이다. 사람의 일이 보통 이렇다. 예상 주수를 꽉 채우면 4킬로가 넘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려서 꾸꾸를 재촉하지만 이 녀석, 우리의 마음을 알아줄 리 없다. 아니 되려 놀리듯 발길질을 하는 것 같다.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른 아기의 마음과 아기의 시간. 그것들 앞에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팔다리가 생겨날 때도 그랬고, 태동을 기다릴 때도 그랬고, 뭐 모든 순간 그랬던 거 같다.
임신 기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깨달은 것 하나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뿐이다. 우리의 마음과 달리 아기는 자라고, 우리의 마음도 모르고 아기의 시간은 흘러간다. 할 수 있는 것은 편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밖에 없지만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어제는 자연분만을 마음먹었다가, 오늘은 제왕절개를 검색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선택이 아니라 미리 아픈 것과 나중 아픈 것. 혹은 트럭에 치이는 고통과 기차에 치이는 고통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과 같아서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물론 알고 있다. 이 역시 아기의 마음대로라는 것을. 자연분만이건 제왕절개 건 모두 꾸꾸의 마음과 시간에 달려있다.
꾸꾸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밥도 잘 먹었으면 좋겠고, 잠도 잘 잤으면 좋겠다.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듣고, 책도 좋아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수영도 잘했으면 좋겠다. 얼굴도 예쁘고, 키도 크고 늘씬했으면 좋겠다. 산책도 좋아했으면 좋겠고, 좋은 것을 알아보는 감각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너만의 리듬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따라가지 않고, 어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너만의 리듬으로. 뱃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그 리듬 그대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하루가 있었다. 우는 것은 기본이고 아주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이 분명해서 보지 않았다. 허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사진 몇 장을 보고 순두부를 먹다가 아내와 울고 말았다. 전보다 훨씬 더 강한 마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아기와 부모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영원한 슬픔은 없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