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자체를 우리가 가면 안 됨. 거기는 젊은이들만 가는 곳이니까"
"가죽바지 입고 가면 안 되나? 엠지느낌으로?"
"비비크림 바르고 마스크 쓰고 흑채 뿌리면요?"
"일단, 노력하는 자들은 입구컷이에요."
7개의 주말과 몇 번의 보고 그리고 숙취를 겪고 나면 마흔이 된다. 뭐 특별한 감흥은 없다. 그저 믿기지 않을 뿐.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봤던 차장님, 그러니까 술에 취해 '늙은 늙은이잖아요!!!'라고 실수를 저지른 그분보다 세 살이나 더 많은 사람이 되다니! 아무것도 모르는 스물여섯의 내가 말했던 그 늙은 늙은이가 되다니! 세상에나. 체감상 지난날은 대부분은 5년 안쪽의 일 같은데. 어떤 기억들은 십 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혼자만 늙은 것이 아니니 나이 드는 것이 싫은 것도 아니고, 오래전부터 마흔의 얼굴이었으니 마흔이 되는 것을 부정할 마음도 없지만 달력을 볼 때마다, 나이를 떠올려야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마흔이 된다고요?
마흔 즈음이 되고 나니 확실히 '젊은'에서 멀어졌다. 회사에서 "젊은 사람들 생각은 어때?"라고 말했을 때도 말하는 위치가 아닌 듣는 위치가 되었고, 회식자리를 정할 때도 가고 싶은 곳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따르는 사람이 됐다. 실수는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아닌,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 책임지겠지의 누군가가 되기도 한다. 예전처럼 "어때요? 여기 완전 좋죠"라며 요즘식을 자랑하기보단 젊은이들의 센스와 감각에 감탄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또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마음에 들지 않은 건 "90년 대생 이해하기"라거나 "MZ 세대 따라잡기"같은 것들의 학습과 공감을 강요받는 것과 선택의 기준이 밑도 끝도 없이 "MZ스러움"이 되는 것이다.
'영하고 힙하고 요즘스러운' 언제부터인가 일을 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비밀리에 영하고 힙하고 MZ스럽지 못하면 총에 맞는 법이라도 생겼는지. 아님 저 말이 등장하지 않으면 컨펌이 되지 않는 건지. 다들 합창하듯 말하고 그럴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대체 뭐가 영하고 힙하고 요즘스러운 건지. "완전 영한데? 완전 MZ인데?"이 느낌은 어떻게 해야 느낄 수 있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혼란스러운 것은 전혀 영하고 힙하고 요즘스럽지 않은 결정권자들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영하고 힙하고 요즘스러움'을 정의하고 젊은척한다는 거다. ('이게 엠지스러운 건가요?'라고 말하는 그 자에게 '미친 지랄하지 마쇼'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어쨌거나 밥벌이를 해야 하기에 오늘도 노트북 앞에서 '영하고 힙하고 요즘스러운'그림을 찾고, 딴에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말을 흉내 내본다. 정작 MZ들은 쓰지 않는 'MZ'라는 단어를 문서에 적어서 MZ가 아닌 자들을 설득하고, 스스로를 젊다고 말하지 않는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최선을 다해 젊음을 표현한다. 노력이 나쁜 건 아니지만, 답지 않게 애쓰는 건 오히려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는 느낌이라 안쓰럽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영하고, 힙하고, 요즘스러워서'가 아닐 수도 있는데. 노력하기 전의 자신이 더 의미 있는 모습일 수 있는데.
(나는 젊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해할 마음도 없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거나 반대편에서 서서 나의 가치를 주장할 마음도 없다. 굳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우리는 싸우지 않고 저마다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