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의 고등학교 생활 가이드-축제의 계절

5월 첫째 주, 둘째 주

by 초희

첫 시험이라는 큰 시련이 끝나고 시절은 바야흐로 5월이다. 눈부신 날씨만큼이나 부풀어 오른 아이들의 행복감에 눈이 부시는 시절. 시험이 성공적이었든 그렇지 않든 큰 고비를 넘어온 아이들은 축제 같은 이 계절을 즐길 자격이 있다. 시험은 끝났고 좋은 날씨와 더불어 체육대회와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교외체험학습) 등의 행사까지 연달아 개최되니 학교 생활에서 아이들이 가장 행복감을 크게 느끼는 계절이 바로 이 시즌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이 계절을 사랑스러워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비로소 공부가 아닌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텅텅 비어 있던 인문계 고등학교의 운동장이 아이들의 땀방울과 응원 소리로 들썩이고 수업 중엔 얼굴을 푹 파묻고 찡그린 표정만 짓던 아이들이 이 악물고 릴레이를 달리며 존재감을 뽐낸다. 노래와 춤을 재능으로 가진 축복받은 아이들은 아이돌 못지 않은 공연을 선보이고 운이 좋은 몇몇의 아이들 사이에는 핑크빛 기류가 몽글몽글 생겨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나름이라 이 예쁜 나날들에도 몇 가지 알아두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저마다의 존재감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마냥 행복할 수 있도록 잔소리 많은 담임이 되어 오늘의 글을 전한다.


관계가 형성되면 갈등도 생겨난다.


앞서 이야기했든 5월은 이런저런 행사가 많아 아이들 사이에 교류가 많아지고, 더불어 다양한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느 사회이든 관계가 많아지면 갈등도 잦아지는 법이라 아이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다툼이 많이 생겨난다. 그 중에서도 체육대회나 수학여행 등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정형화된 갈등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학급 내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의 다툼이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학급 행사에 참여해야 하냐며 깍쟁이처럼 구는 아이들과 어떻게든 학급 행사를 꾸려 나가려는 아이들 사이에는 고질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인문계 고등학교이니만큼 학업은 우선시 되는 과제임에 틀림없지만 아이들은 어떻게든 다른 이들과의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고, 그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이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에서 주도권을 지닌 엘리트가 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들은 자신의 재능과 우수성을 전체 사회를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 전체 사회의 흐름이나 지향점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소통에서 멀어져 자기 자신의 성취나 발전에만 매달리는 이를 인재라 볼 수 있을까? 교사들과 대학은 이에 회의적이다. 이에 우리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주요 평가 요소 중의 하나가 공동체 역량으로 상정된 것이 아닐까? 학급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할지라도 공동체 내에서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아 자기 나름의 열심으로 그에 기여하고 일부가 되어 보는 경험은 아이들을 성장시킨다. 그렇기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학급의 일원이 되어 학급의 행사에 참여해 보기를 권한다.


이 외에도 단체 경기 중 학급과 학급 사이에, 심판을 맡은 학생과 선수 학생 사이에, 댄스 동아리 내의 선후배 사이에 등 많은 갈등이 생겨나는 시기가 5월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 들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아야 할까? 극심한 갈등, 싸움의 한쪽이 일방적인 피해자가 되는 세력과 힘 등이 균등하지 못한 갈등에서는 교사와 가정의 개입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사회이고 갈등이 없는 사회가 있던가 생각하면, 갈등은 아이들이 살아나가는 인생에 있어서 어느 정도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갈등을 통해 나와 다른 상대의 생각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내 의견을 상대에게 내세우기도 하며 더 크고 강한 존재가 된다. 갈등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갈등을 잘 해결하고 그 사이에서 자신과 타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상태가 좋은 것이 아닐까? 5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진짜 모습을 찾고 타인과 함께 살아나갈 몸과 마음의 토대를 쌓을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 5월은 시험이 끝나고 여러 가지 행사가 개최되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계절이에요.

- 관계가 많이 형성되니만큼 갈등도 많이 생깁니다.

- 갈등이 발생하면 힘들어 지겠지만 이를 통해 갈등을 다루는 기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길러 더 크고 강한 존재로 성장하기를 바라요.


갈등 없는 콘텐츠가 각광 받는 시대이다. 그러나 평생을 풍파 없는 안온한 품 안에서, 결이 같은 이들과만 갈등 없이 교류하며 사는 삶이 가능하긴 한 것이며 긍정적이기만 할까? 아이들의 갈등을 전염병처럼 취급하며 조그마한 일에도 법과 제도를 내세워 처벌만을 강조하며, 아이들에게서 때로 유연하게 굽히고 때로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싸워 보고 성장할 기회조차 빼앗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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