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ain’t over till it’s over.
체육대회와 수학여행, 수련회, 현장체험학습을 즐기던 축제 같은 시간은 짧기만 하고, 5월 중순에 접어들면 성적표가 발송되며 아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워져만 간다. 익히 알다시피 고등학교의 시험은 중학교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예상했던 등수나 등급을 벗어나는 일이 잦다. 그러기에 첫 성적표가 배부되고 나면 아이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고 어깨는 더 무거워진다. 복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우는 아이들, 상위 등급을 받은 아이들에게 공부 방법을 묻는 아이들, 교사를 찾아와 전문적인 입시 상담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는 시기도 이때부터이다. 그러나 끝난 시험을 붙들고 울고 집착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 오늘은 시험이 끝난 후의 공부 방향과 성정 향상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고등학교 시험에서 수학만큼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과목이 있을까? 타고난 몇몇의 천재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경우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과목은 수학이다. 그중에는 놀랍게도 초중등학교 때부터 착실하게 수학을 공부해 왔고 최상위 문제집을 풀고 사고력 수학학원까지 꾸준히 다녀 온 아이들도 있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수학에 투자해 왔는데도 수학은 여전히 거대한 산처럼 높기만 하고 과연 정복할 날이 있기나 할까 싶게 험난하기만 하다. 이처럼 수학이 어렵게만 느껴져 수학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거두지 못한 아이들이라면 점검해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문제를 분석해 보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모든 과목 공부의 시작점이 되므로 꼼꼼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수학이 어렵게 느끼지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째는 기본 개념이 제대로 숙지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이고 두 번째는 개념은 완벽하게 숙지되어 있으나 흔히들 이야기하는 심화 문제를 풀 역량이 부족한 경우이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누군가의 테스트를 거치거나 심층 상담 등을 통해 외주를 주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오직 본인만이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전반적인 균형이 다 무너져 있을 수 있으니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닦아 보기를 권한다.
기본 개념이 제대로 숙지되어 있지 않은 경우
아이들에게 수학의 기본 개념을 잘 알고 있는지 물어보면 열에 여덟은 완벽하게 개념을 숙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수학 공식을 줄줄 외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수학 공식을 줄줄 외고 기본 개념의 정의를 암기하는 것이 수학의 개념을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수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공식을 외우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내게 기본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한 개념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쓸모, 수학 개념의 도출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을 거쳐 기본 개념을 정복한 아이들은 수학에 흥미를 잃지 않고, 수학의 쓸모를 의심하지도 않는다. 공식을 정확하게 외우지는 못하지만 암기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길도 여기에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식이 도출된 과정을 스스로 깨닫고 내면화하며 공식을 자연스럽게 외울 수 있음은 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학 개념에서 생긴 빈틈을 인지하지 못하고 문제 풀이에 공부량을 집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쁜 고등학교 과정에서 언제 개념 하나하나의 도출과정이나 배경을 학습하나 고민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 중학교 때나 초등학교 때의 과정으로 되돌아가 수학의 연계성을 따져가며 제대로 된 공부를 해 보기를 권한다. 정석대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얼기설기 쌓아 올린 돌무더기를 무너뜨리고 기초 공사부터 차곡차곡 튼튼하게 구조화된 지식을 쌓아 올려 부실 공사를 막고 토대도 없이 어려운 문제 풀이에만 매달려 한숨 쉬는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자.
- 수학 개념 숙지가 미숙한 경우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 ‘수학 계통도’를 검색해 고등학교 성적에서 미숙한 부분을 거꾸로 따라 올라 가 초등학교, 중학교 때에 미숙했던 개념이 있었는지 파악하여 그 부분부터 채워 나가 보세요.
- 수학 개념을 정확하게 숙지한다는 것은 하나의 개념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쓸모, 수학 개념의 도출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한 공식 암기나 정의 암기가 아님을 명심하세요.
심화 문제를 풀 역량이 부족한 경우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들 중에는 개념이 완벽하게 숙지되어 있으나 심화 문제를 풀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우려와는 달리 이 경우는 기본 개념이 숙지되어 있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교육 심리학 이론 중에 모호성을 견디는 역량이라는 것이 있다. 흔히 창의력과 연관되는 능력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상위권 학습자들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역량이기도 하다. 심화 문제를 푸는 경험은 그야말로 모호함을 견디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발문과 조건을 이해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이 지난한 싸움에서 모호함, 불확실함, 미지의 영역을 견딜 수 없는 아이들은 절대로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최상위권 아이들에게 반드시 이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수학에서 모호함의 늪을 뛰어넘어 상위권 문제를 정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학급에 있는 아이들에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고등 수준의 심화 문제집이나 창의,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한 권 구입해 천천히 풀어보기를 권한다.(이 과정에서 문제의 개수가 너무 많은 문제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 단 이 과정에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는데 10분이면 10분, 20분이면 20분 한 문제 당 고민할 시간을 스스로 정해 답지를 보지 말고 그 어려움과 모호성을 견디며 발문과 조건을 분석도 해보고 다양한 풀이 방법을 고안도 해 보는 것이다.(개인적으로는 10분을 벗어나면 문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른 과목의 공부가 소홀해질 수 있으므로 그 이상을 권하지는 않는 편이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을 거쳤음에도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적 동요를 줄이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정한 시간이 지나면 답지를 당당하게 펴 들고 풀이 과정을 세세하게 따라가며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문제를 해석하고 풀이한 과정에 놀라움과 흥미를 느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여러 번 같은 문제를 풀어 보며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창의적인 수학의 세계에 흠뻑 빠져 들어야 한다. 이 감정과 이성의 고양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한 단계 더 높은 수학의 세계에 진입하게 된다. 경험해 보지 않은 창의 수학, 사고력 수학, 심화 수학에서 처음부터 좋은 점수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이 분야의 천재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좌절하지 말 것. 포기하지 말 것. 그저 감탄하며 그 길을 따라가 볼 것. 그리고 무한히 반복할 것. 그것만이 평범한 우리가 수학이라는 과목에서 이룰 수 있는 진화일 것이다.
- 심화 문제는 모호함을 견디는 역량을 길러야 해결할 수 있어요.
- 고등 수준의 심화 수학, 창의력 수학,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구해 스스로 정한 시간만큼 고민하며 발문과 조건을 분석하고 다양한 풀이 방법도 고안해 봅시다.
- 어려운 문제이니 틀리는 것은 당연해요.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당당하게 답지를 펼치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문제를 해석하고 풀이한 과정에 놀라움과 흥미를 느껴 봅시다.
- 스스로 여러 번 그 문제를 풀며 창의적인 수학의 세계에 빠져 봅시다.
수학만으로도 이야기가 길어져 다른 과목의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 계속하기로 한다. 어떤 것도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누군가가 쉽게 떠먹여 주는 이론, 개념, 풀이만으로는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길고 긴 입시라는 경쟁 속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여 개선해 보고 모호함을 극복하여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 보는 진짜 공부의 경험을 통해서야 아이들은 비로소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길고 먼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