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낌없이 주는 나무 시어머님

친정엄마보다 정 많은 시어머님

우리 시어머니는 올해 나이로 68세이시다. 결혼 전 네일숍에서 일하다 보면 '시'자 싫어서 시금치도 싫다던 고객님이 계셨다. '시'자가 들어간 음식은 모조리 안 먹는다던 고객님. 결혼 전 시댁, 시어머니에 대해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시댁이 불편했었다.


남편과 연애시절 자주 이야기했었다.

"우리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랑 좀 달라. 쿨하시지. "

"정말?"

연애시절 시어머님의 쿨한 성격이 궁금했었다. 


살다 보니 어머님은 쿨한 성격에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생각해 보니 아이를 출산해서 미역국을 끓여주신 분이 우리 시어머니였고, 7년 전 결혼식에도 따뜻하게 안아주셨던 분도 시아버지였다. 요즘 우리 집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시댁에서는 뭐라도 해주려고 하셨다. 그 마음이 눈물 나도록 고맙다. 나와는 다르게 정 많고 따뜻한 가정 속에서 성장한 남편이 부러웠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친정부모님은 칼 같았다. 첫아이 출산하고 친정엄마의 손길이 그리웠다. 친정엄마가 따뜻하게 끓여준 미역국과 따뜻한 밥이 먹고 싶었다. 몇 년 전 속상한 마음에 전화기에 대고 울면서 엄마에게 소리를 질렀다. 

"딸내미가 출산하면 미역국을 끓여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두 아이 출산하면서 엄마미역국을 한 번도 못 먹었다고!!! 엄마!!! 내 엄마 맞냐고!!!"

"...."

언제나 핑계를 대는 엄마가 미웠다. 다섯 살 내 딸아이가 성장해서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달려가서 미역국을 한솥 끓여줄 것이다. 딸아이에게 시어머니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넓은 사랑을 주고 싶다.


2023년 마지막날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파트 문 앞에는 낯선 중년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