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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있잖아.

남편의 사업은 실패했다. 한 달 전즈음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왔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여럿 경험했다.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다. 텔레비전, 에어컨, 전자레인지, 컴퓨터 등등에 빨간딱지들이 붙어있었다. 이사하기 전 법원에서 남자세명이 왔었다. 그때 빨간딱지를 붙였던 모양이다. 이삿짐정리하고 나서야 빨간딱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짐정리를 하고 한동안 우울했다. 


우리 집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친정부모님은 전화도 받지 않으신다. 모두가 원망스러웠다. 남편은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택배업무를 위해서 출근했다. 두 아이들을 재우고 밤마다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졌다. 내 마음이 허전했다. 밤 12시 근무 중인 남편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여보, 나 먹어도 먹어도 허기져 "

"무슨 일이야?"

"내 마음이 힘든가 봐."

"다시 전화할게.."


그동안 힘든 내 마음을 꾹꾹 참았었다. 내 전화를 받고, 남편은 일이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두 시간 뒤에 남편은 상기된 얼굴로 집에 도착했다.

"울면서 전화하는 마누라 때문에 손에 일이 안 잡혀"

"엉엉엉.."

"우리 지금 힘들지만 여보 힘내자. 당신한테는 미안하고 고마워."라고 하면서 울고 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이날의 계기로 남편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졌다. 


몇 년간 사장님이었던 남편은 처자식을 위해서 몸이 고된 야간택배업무를 묵묵히 하고 있다. 눈 오는 한겨울에는 길바닥에 미끄러졌다. 어두운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다. 무릎이 아프고, 고관절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도 약을 먹으면서 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고맙다. 남편의 힘든 짐들을 내가 도와주고 싶다. 밤 12시에 남편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휴대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헉헉헉... 왜? 무슨 일이야?"

"당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알았어."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하다만 일처리를 마무리해야겠다. 오늘도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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