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꺼 요만큼이라도 남겨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이웃

by 효원

평소와 다르게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쓰레기를 일찍 버리러 갔다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은 수능일이고 첫째가 이번 주 내내 야자가 없어 저녁준비를 일찍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오전에 하교하고 점심 먹고 도서관엘 갔고 둘째는 수영장에 운동하러 갔다. 나는 집안일을 하다가 하루 종일 피로가 심해 빨리 쓰레기도 버리고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순전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만난 이웃 덕분이다.


"젊은 엄마가 너무 바쁜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엄마 꺼 요만큼이라도 남겨 놔. 자식들 아무 소용없어. 우리도 다 바쁘게 살았는데 지금 아무것도 없어. 허무해."


같은 라인에 사는 여자 어른. 연세는 나보다 20살은 많다고 하셨고 올해 8월에 딸을 결혼시켰다 하셨다. 오른손 엄지를 손가락과 손바닥의 경계 즈음에 갖다 대며 ‘요만큼’이라도 남겨놓으라고 하셨다. 두 팔을 벌리며 이만큼도 아니고 손바닥 반만큼의 요만큼이라니. 열심히 살아왔지만 남는 게 없는 느낌이라 그러신 거겠지. 많이도 아니고 조금만 이라도 내 것이라 할만한 것이 없다고 느껴지시는 거겠지. 그래서 손바닥 안에 딱 반만이라도 나만의 것을 남겨놓아야 한다고 당신 자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나에게 해주시는 것 같았다.


“너무 좋은 말씀이에요. 감사해요.”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지만 내 꺼 요만큼 남겨놓으려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