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열차 타고 다니는
배우 박정민이 요즘 대세다.
화사의 <Good Goodbye>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발견된 박정민의 멜로 재질이 청룡영화제 시상식 퍼포먼스로 대중화되어 여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거기에 나도 포함되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온통 박정민으로 재편되었는데 그중에서 내가 박정민에 빠진 순간은 이 말을 들은 때였다.
"이겨야죠. 이겨야 내가 내일부터 이 친구를 더 사랑할 수 있죠."
사람 사이에, 특히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이기고 지는 건 아무 소용없는 짓이라고 하지만 인간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존재라 이기는 위치가 주는 달콤한 지배력과 권능감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도 있지만 그 말도 한편으론 진 사람조차도 이기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이 말이 나온 건 유튜브 채널 유인나의 <유인라디오>에 초대되어 게스트로 나온 박정민이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연인끼리의 싸움에 관해 본인의 생각을 말한 부분이었다.
유: 어떤 편이에요? 싸울 때 좀 생각해 보고 내일 얘기하자 하는 편이에요, 아니 그래도 지금 얘길 나누자 하는 편이에요?
박: 20대 때는 잘 안 싸웠어요. 30살 이후로 생각이 좀 바뀌었는데 20대 때는 맘에 안 드는 게 있어도 표도 안 내고 그냥 내가 좋아하니까 내가 잘못한 거겠지 생각하고 싸움을 안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게 너무 나를 갉아먹는 거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얘길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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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속으로 생각을 해보거든요. 이게 내가 정말 잘못한 거면 사과를 하는 게 맞는데 내가 잘못한 게 전혀 아니면 그건 이겨야죠.
유: 건강하다 건강해.
박: 이겨야 내가 내일부터 이 친구를 더 사랑할 수 있지.
유: 맞아. 이겨먹기 위한 이김이 아니야.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방법인거지.
박: 네 입에서 미안해란 소리가 먼저 나오게 만들어 주겠다.
사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심으로 할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와 남자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이렇게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사과하게 만들어 주는 상대를 만나면 인간적 성숙도가 올라갈 것 같다. 고마울 따름이지. 그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성장하게 될 거다.
오랜만에 건강하고 지적인 남자 어른을 발견한 기쁨을 누리고 있는 아들 둘 엄마인 나는 또 엄마 같은 생각을 한다. 우리 아들들이 자신이 가진 매력을 알아봐 주는 화사 같은 여자, 이겨야 내일 더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더 오래 사랑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린 유인나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되기를. 그러려면 먼저 박정민처럼 책 읽는 남자가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