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by 김효운

바닥과 포개져 갯벌의 숨소리를 파고드는 낙지 한 마리


비에 젖은 나뭇잎을 본 적도 없을 텐데

빠져나가는 뻘 소리에 바짝 붙어 있다


고집도 기둥도 두고 왔지만

뼈대 없는 집안이라 얕보는 입들에게

다리를 접었다 폈다

머리를 가랑이에 감쪽같이 숨기며

빨판에 바닷물을 눈물만큼 가둔 채

는적이는 잿빛 목숨을 밀고 간다

발버둥 칠수록 깊어지는 바닥

입 다문 섭조개 옆을 꿈꾸듯 지나가는 길이

어쩐지 낯익다


순간, 출렁이는 바다

엎드린 것들은 멀리 뛰려 발돋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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