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지*에 달이 뜨면

by 김효운

달 뜨는 저녁을 기다리는 것은

수달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단단히 여며 입었던 겨울을 빨아 너는 버드나무 아래

벚꽃보다 먼저 흐드러진 어린 웃음들


호수에 달이 뜨고

얼핏 머리를 내미는 수달


터져 나오려는 반가움

손가락 사이에 가두고

해찰하듯 바라본다

수달이 야행성이 된 건

천호지의 교교한 달빛을 훔치기 위해서라고 혼자 끄덕인다


호수가 고요히 돌아눕고,

수달도 돌아가고, 달도 돌아가고,

나도 돌아간다


봄을 나는 것들은 잠이 많다




* 천안시 안서동에 있는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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