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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자금이 아부다비로 향한 '이유'

by 하이프경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업계 인사들의 발걸음이 한곳으로 몰리고 있다. 바로 중동, 그중에서도 아부다비다. 최근 이곳에서는 대형 컨퍼런스부터 비공식 네트워킹 행사까지 연달아 열리며, 중동 국부펀드와 초고액 자본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경쟁이 펼쳐졌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한 행사였지만, 그 이면에는 침체된 시장 속에서 새로운 자금원을 찾으려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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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를 찾아 헤매는 크립토 업계 사람들

지난주 아부다비에는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을 주제로 한 여러 국제 행사가 동시에 열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식 세션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고, 해변 파티나 요트 모임 같은 비공식 자리까지 총동원해 인맥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일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UAE 국부펀드 관계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이야기가 돌았지만, 실제로 이들과 직접 접촉했다는 사례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중동 자본은 여전히 조용하고,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이클 세일러도 아부다비에 왔다

마이클 세일러 역시 이번 아부다비 일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 전략을 앞세워, 걸프 지역 투자자들에게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장기 금융 구조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그가 이끄는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에 대한 철학과 스토리는 여전히 강력했지만, 시장 상황 자체가 설득을 어렵게 만드는 환경이었다.


침체 속에서도 계속되는 ‘비트코인 스토리’

일본 기업 메타플래닛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도 각자의 자금 조달 구상을 들고 중동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시도했다. 한국 대기업 계열 투자 조직, 미국계 금융사 관계자들까지 아부다비에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는 확실히 달아올랐다. 공통점은 명확했다. 모두가 비트코인과 토큰화 자산을 미래 성장 스토리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다만 그 스토리가 곧바로 투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UAE는 말은 아끼지만, 행동은 꾸준하다

흥미로운 건 UAE 정부와 국부펀드의 태도다. 공개 석상에서는 적극적인 발언을 자제하지만, 실제 행보는 매우 분명하다.아부다비 금융 규제 당국은 글로벌 거래소의 핵심 운영 허브 이전을 승인했고, 국부펀드 계열 투자 조직 역시 비트코인 관련 투자를 서서히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금융 지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판은 이미 깔려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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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도시, 전혀 다른 두 분위기

이번 행사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컨퍼런스마다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중심 행사에서는 열성적인 지지자와 업계 스타들이 주목을 받았고, 전통 금융에 가까운 콘퍼런스에서는 글로벌 은행과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을 차분히 논의했다. 같은 아부다비였지만, 접근 방식과 온도는 완전히 달랐다.


“중동 자본은 단기 거래를 원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말이 있다. “중동 자본은 단기 수익보다 관계를 본다”는 것이다. 국부펀드나 대형 패밀리오피스의 자금을 유치하려면 단순한 투자 제안이 아니라, 수년간의 신뢰 구축과 현지 생태계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즉, 발표 한 번·미팅 한 번으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중동은 기회이지만, 단숨에 열리지는 않는다

암호화폐 업계가 중동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아부다비에서의 움직임은 한 가지 현실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중동 자본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자금이 흘러들어오기까지는 긴 호흡의 전략과 현지화가 필수라는 점이다.


이번 아부다비 행사는 “자금이 당장 들어오지 않더라도, 다음 판을 준비하는 과정”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그 준비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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