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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지루한 횡보’ 한 달… 차트가 말하는 방향은

by 하이프경제

최근 한 달간 비트코인 시장은 묘한 장면을 반복하고 있다. 가격은 하루에도 수천 달러씩 오르내리며 요동치지만, 막상 시간을 늘려 놓고 보면 위치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고점에서 한 차례 밀린 뒤 급락과 반등이 연속으로 나타났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8만 달러대 중후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쪽으로는 9만 달러 초중반이 매번 부담으로 작용하고, 아래로는 8만 달러 초반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며 시장은 방향 결정을 미룬 채 변동성만 소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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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은 받치고, 파생은 정리된다

수급을 들여다보면 이 횡보가 우연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현물 시장에서는 가격이 내려올 때마다 장기 관점의 자금과 기관 성향의 매수가 유입되며 하단을 지지하는 반면, 파생 시장에서는 작은 흔들림에도 레버리지 포지션이 빠르게 정리되고 있다. 펀딩비가 과열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격이 쉽게 밀리는 이유는 강한 방향 베팅보다는 손절과 포지션 축소, 롤오버가 반복되며 장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조용히 모으고, 누군가는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가격은 옆으로 움직이게 된다.

스크린샷 2025-12-21 오후 6.46.13.png 출처 - 코인글라스

가격은 버티지만 체결은 약하다

누적 거래량 델타(CVD)를 보면 현재 장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진다. 가격이 크게 붕괴되지 않는데도 CVD가 우하향 흐름을 이어간다는 것은 공격적인 매수 체결이 충분하지 않거나, 반대로 매도 체결이 꾸준히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현물 매수는 낙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지만, 상단을 돌파할 만큼의 에너지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받쳐주는 힘과 끌어올리는 힘이 동시에 약해질 경우, 시장은 박스권 안에서 시간을 끌며 다음 재료를 기다리는 국면에 들어가게 된다.


기술적으로는 ‘압축’, 방향은 미정

차트 상에서는 변동성 압축 신호도 뚜렷하다. 볼린저 밴드가 점점 좁아지며 가격이 중앙으로 모이는 모습은 보통 큰 움직임을 예고하지만, 문제는 그 방향을 사전에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9만 달러 부근의 반복적인 저항과 8만 달러 초중반의 지지가 유지되는 한, 시장은 결국 이 범위를 깨는 쪽으로 변동성을 확장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압축 이후 첫 돌파는 종종 ‘가짜 신호’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이탈보다는 되돌림 과정에서 지지와 저항이 실제로 전환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크린샷 2025-12-21 오후 6.46.22.png 출처 - 트레이딩뷰


4년 사이클이 흐려지는 이유

ETF를 통한 자금 유입, 기관 참여 확대, 옵션과 파생 전략의 다양화는 과거처럼 단순한 반감기 중심의 사이클 해석을 점점 약화시키고 있다. 이제 시장은 금리 환경과 글로벌 유동성, 헤지 수요, 인컴 전략, 그리고 장기 보유자와 기업 트레저리의 리밸런싱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움직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한 달의 횡보는 ‘강세장의 휴식’이라기보다, 시장이 성숙 단계로 넘어가며 나타나는 방향성 없는 변동성 구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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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구간이 주는 메시지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기관 자금이 하단을 지지하는 구조와 레버리지 청산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전환기적 횡보 국면에 놓여 있다. 차트는 압축과 박스권이라는 힌트를 던지지만, 그 힌트가 곧바로 정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시장을 움직일 촉매는 차트 밖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거시 환경 변화나 유동성 이벤트, 대규모 포지션 정리 같은 변수가 개입되는 순간 전혀 다른 흐름이 펼쳐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구간의 핵심은 단순하다. 횡보가 길어질수록 다음 움직임은 커질 수 있지만, 그 방향은 아직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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