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XRP는 오랜 정체를 깨고 한때 3달러 선을 회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연말로 갈수록 분위기는 빠르게 식었다. 수년간 발목을 잡아온 규제 이슈가 사실상 해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고점에서 크게 밀렸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XRP가 다시 그 가격대로 돌아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남았다.
2025년 XRP의 가격 흐름은 극단적인 변동성으로 설명된다. 연초에는 미국의 정책 환경 변화 기대와 함께 암호화폐 전반에 위험 선호 심리가 유입되며 XRP 역시 빠른 반등을 보였다. 이후 봄과 초여름에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조용한 횡보가 이어졌지만, 여름 들어 리플과 미국 증권당국 간의 법적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가격은 다시 급등했고, 오랜 기간 넘지 못했던 3달러 선을 돌파했다. 다만 이 상승은 금리 인하 기대와 맞물린 단기 과열 성격이 강했고, 추가적인 매수 동력이 붙지 않으면서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하게 됐다.
많은 투자자들이 혼동하는 지점은 XRP 토큰과 리플사의 사업 성과가 반드시 같은 궤적을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플은 국제 송금과 결제 인프라 분야에서 기술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이 네트워크는 XRP 없이도 운영이 가능하다. 즉, 리플의 파트너십 확대나 기술 채택이 자동으로 XRP 수요 증가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간극이 가격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만들어왔다.
2026년을 바라보며 XRP의 장기적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의 역할이 커지고,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가 확산될수록 리플 생태계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단기적으로 XRP 가격을 다시 3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만큼의 분명한 촉매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규제 불확실성 해소는 출발선일 뿐, 지속적인 상승을 위해서는 토큰 자체의 사용처와 수요 구조가 명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2025년의 XRP는 기대가 먼저 앞섰던 한 해로 정리된다. 상징적인 가격대 돌파에는 성공했지만, 구조적인 수요 확대가 뒤따르지 않으면서 가격은 다시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다. XRP가 다시 3달러를 안정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규제 리스크 해소 이후의 실제 활용 사례 확대와 토큰의 경제적 역할 강화가 동시에 입증돼야 하며, 그 전까지 시장은 신중한 시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