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신과 로봇' 서평

세상을 이해하려는 그리스 인들의 열망을 풀어낸 책

by 하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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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과 로봇'은 현대적 의미의 기계, 로봇,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고대 신화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리스인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결정체인 그리스 신화는 단순한 신화가 아닌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자유 의지, 노예제, 악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철학적인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 걸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가진 상상력이라는 무기


상상력의 끝은 우주의 끝을 논하는 것처럼 유한하면서도 무한하다.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 '논리는 너를 A에서 B로 이끌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너를 어떤 곳이든 데리고 갈 것이다.'라고 말하며 인간이 가진 상상력에 관해 예찬을 했다. 그리스인들도 자신들의 상상력을 신화에 모조리 녹여냈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그들의 뜨거운 열망은 인류 역사에 길이남을 신화를 창조해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탈로스 신화를 현대 과학으로 분석한 내용부터 그리스 신화에 관한 편견을 산산조각 냈다. 단순히 크레타 섬을 호위하기 위해 제작된 인공적인 물체가 아닌 기술을 통해 인간과 유사하게 제작된 물체에 자연스럽게 인간성을 부여했을 때 발생되는 혼동을 담고 있다. 로봇이라는 개념이 없던 수천 년 전의 그리스인들은 이미 수천 년 후의 인류가 가질 딜레마에 대해 다룬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인간 능력 증강에 관한 관점에서 다루었다. 육상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지만 인간은 걷기까지 약 1년이 걸리다. 이런 허약한 인간을 위해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에게서 공학 기술, 언어, 불 등을 훔쳤고 도구를 만들어 자기들의 빈약한 능력을 보강할 방법을 고안하며 살아남아 마침내 지구를 정복하게 된다. 이런 인간 능력 증각은 현대에는 장애를 뛰어넘는 기술로 이어졌고 인간 무의식에 자리 잡은 능력 증강에 대한 인간의 열망을 보여준다.



오토마타의 향연


그리스 신화는 오토마타의 향연이었다. 수천 년 전 그리스인들은 자연 생명을 모방, 증강, 능가하는 방법들을 보여주며 '너무나 인간적인' 인공 생명체들을 만들어내며 인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인공 생명을 창조하려는 그들의 열망은 인간과 유사하면서 뛰어난 오토마타란 존재들을 만들어냈다. 인간을 돕기 위해 또는 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오토마타들로 인해 그리스 신화는 수천 년 전 고대 SF 문학의 정점에 위치하게 되었다.


물론 그리스 인들이 상상한 오토마타는 신화의 소재이기 때문에 현존하는 문헌에서 그들의 작동 방식이 완전히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고대로부터 살아남은 오토마타와 관련된 신화들은 불안정하고 모순되고 아예 불가능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인공 생명체들을 상상한 그들의 사고방식, 상상력과 담겨 있는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부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의 질문에 이르게 만드는 그리스인들이 그려낸 상상의 세계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도전적인 사고를 불러냈으며, 나아가 자동화와 노예제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질문들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의 열망


현대 과학의 시선에서 고대의 신화를 분석한다는 것은 거부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아직 현대 과학도 모순점과 한계점이 존재하며 과거 불변의 진리라고 여겨졌던 것들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신과 로봇'은 신화 또는 고대사가 현대 기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고대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증명하려는 것이 아닌 수천 년 전의 그리스인들이 품었던 질문들을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재미있고 풀어내며 그들이 가졌던 순수한 열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담고 있는 책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책이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수천 년 전 그리스 인들의 뜨거운 열망은 인류 역사에 길이남을 신화를 창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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