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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잎 Apr 06. 2023

루이스 바라간이 빛을 사용하여 색을 보게 한 방법

멕시코 태생의 전설적인 건축가 Luis Barragán(루이스 바라간)

<멕시코 태생의 전설적인 건축가 Luis Barragán(루이스 바라간)>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의 아름다운 은유적인 건축물에서 ‘색상’은 치수나 공간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친 질감의 벽과 화려한 색상으로 둘러 쌓인 그의 건축물은 멕시코 특유의 강력한 햇빛이 가지고 있는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 번만 봐도 느껴지는 바라간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생동감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아보자.


바라간이 벽을 사용하는 독특한 방식

바라간 건축물에서의 벽은 시야를 신중하게 구성할 뿐만 아니라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나무에 의한 그림자놀이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그의 건축물에서의 벽은 거칠거나 매끄러운 질감의 벽 모두를 포함한다. ‘완두콩 자갈 모르타르(pea-gravel mortar)’에서 비롯된 ‘거친 질감의 벽’은 선명하고 불규칙한 패턴을 만들어 내며 관람객의 오감 중 ‘촉감’을 자극한다.

<카사 길라르디(the Casa Gilardi)> © Luis Barragán

이와 대조적으로 ‘일반 모르타르(mortar)’ 표면에서 비롯된 ‘매끄러운 질감의 벽은’ 조용하고 추상적인 풍경을 형성하며 벽을 가로지르는 빛줄기를 위한 명상적인 캔버스 역할을 수행한다. 바라간 건축물의 전체적인 벽의 구조는 미니멀하게 유지되지만 텍스처와 색상의 요소는 시적인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 모르타르(mortar): 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것으로, 고착재의 종류에 따라 석회모르타르 ·아스팔트모르타르 ·수지모르타르 ·질석모르타르 ·펄라이트모르타르 등으로 구분된다.


빛의 ‘절반’만을 활용

특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가진 멕시코 지역에서는 뜨겁고 강렬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 그늘진 곳을 찾는다. 따라서 그늘을 제공하는 벽과 크기가 작거나 스크린이 있는 창문은 이러한 날씨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전략은 하늘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최소화한 ‘카푸치나스 사크라멘타리아스 예배당(The Chapel for the Capuchinas Sacramentarias)’이나 ‘카사 길라르디(The Casa Gilardi)’와 같은 바라간의 많은 프로젝트에서 살펴볼 수 있다.

<카푸치나스 사크라멘타리아스 예배당(the chapel for the Capuchinas Sacramentarias)>


바라간은 많은 건축가들이 거실에서뿐만 아니라 침실에서도 평온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빛, 즉 반광(Hafl Light)에 대한 필요성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무실뿐만 아니라 가정 등 많은 건물에 사용되는 유리의 약 절반을 제거해야만 보다 집중력 있고 우아하게 생활하고 일할 수 있는 ‘빛의 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빛의 질을 높이는 방향을 통해 현대인들의 정신적, 영적 여유를 회복하고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눈부시고 산만한 빛이 없을 때 사고하고 일하고 대화하는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멕시코 건축물 특유의 색채보다 바라간에게 있어서 빛의 본질을 탐구하고 다루는 방식이 더욱 중요했다. 밝은 공간을 위해 큰 창문을 설치하는 대신 바라간은 일광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건축물을 설계했다. 특히 ‘카사 길라르디(The Casa Gilardi)의 복도에는 노란색 불투명 유리로 빛을 걸러내는 방식을 취하거나 자신의 집에서는 창문을 방구석으로 옮기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정원 및 특유의 색상

프랑스 조경 디자이너 페르디난드 박(Ferdinand Bac)을 만나면서 바라간은 정원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었다. 바라간은 1980년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 수락 연설에서 "정원의 영혼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평온함을 보호해 줍니다."라는 표현을 하며 박과 정원과의 관계와 이에 대한 박의 견해에 깊은 영감을 받았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프리츠커상: 매년 건축 예술을 통해 재능과 비전, 책임의 결합을 보여주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한다.

이후 박은 바라간의 집 사진을 본 후 "지중해-스페인 스타일의 리노베이션을 완벽하게 이해해 준 루이스 바라간 씨를 나의 대자녀(godchild)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리는 말을 했다고 한다.

바라간이 프리츠커상 수상 연설에서 말했듯, 신비함과 평온함의 조합은 그의 작품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겼던 요소였다. 그는 멕시코의 농장과 정원에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쳤으며, 이는 그의 경력 전반에 걸쳐 넓고 다채로운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다.

<카사 길라르디(The Casa Gilardi)> © Luis Barragán

바라간의 색채에 대해 질문할 때 많은 비평가들은 멕시코 원주민 건물의 화려한 색채에서 유래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가 살아온 환경에서 발겨할 수 있는 꽃들에서 바라간 특유의 색상이 유래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 그의 분홍색은 ‘부겐빌레아 꽃’에서, 붉은 녹색은 ‘타바친 꽃’에서, 연보라색은 ‘자카란다 꽃’의 색에서 추출한 것이며 파란색은 하늘의 색이고 노란색 황토색은 땅의 색으로 보는 의견인 것이다.

그리고 직접 꽃을 가져와서 건물과의 조화를 확인했을 때 정말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어울렸으며 이와 같은 색상은 녹색 나무와 식물과 강한 대조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라간은 때때로 파란 벽을 사용하여 실내 공간에 구름 없는 하늘을 확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바라간의 강렬한 색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은 바로 멕시코의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 벽 등의 공간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다시 칠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라간이 남긴 유산

바라간의 유산은 모더니스트들의 극도의 ‘하얀 열망’에 대항하는 일련의 대위법을 창조한 데 있다. 모더니스트들이 넓은 유리로 철골 구조의 발전을 강조하려고 할 때, 그는 강렬한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창문의 크기를 줄였다는 점이 당시 건축가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두 번째 측면은 당시의 전형적인 모더니스트 화이트 큐브보다 반사율이 훨씬 낮은 컬러 팔레트에서 비롯되었다. 마지막으로, 거친 질감의 벽은 하루 동안 변화하고 진화하는 미세한 그림자 패턴을 만들어 냈다. 


그의 건축물에는 앞선 세 가지 요소는 매우 신중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바라간의 독특한 색상과 질감 디자인은 시와 같은 운유적인 차원을 도입하여 기념비적인 균형을 보여주며 건축 역사의 매우 중요한 지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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