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채운 한주 #2

2018년 7월 둘째 주를 채운 음악

by 하잎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한 더위는 나를 흐물흐물하게 만들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돌아가는 식은 치킨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폭염은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고 매미소리는 한층 더위를 뚫고 세상을 채워나간다.


유독 시원함이 느껴지는 노래들을 많이 들은 한 주였다. 답답한 옷 속을 흐르는 땀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지하철 냉방칸에 탄 것 마냥 이번 주를 채운 음악들은 나의 귀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더워도 마음만은 따뜻


Clario - Pretty Girl


어른이 되어갈수록 순수함을 잃어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하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샌가 계산적이고 부정적이게 바뀌고 있는 나를 보면 세상을 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순수함을 잃어가고 있는 중인지 모를 때가 많다. 듣고 있으면 참으로 편안해지는 노래다. 때 묻지 않은 노래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해줄 정도로 답답하고 꽉 찬 머릿속을 비워주는 노래이다.



느긋한 여름밤을 복숭아와 함께


Peach Pit - Peach Pit


캐나다 밴쿠버에서 활동하는 인디락 밴드이다. '복숭아 씨'가 밴드명인 게 독특한 밴드이다. 밴드명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이 곡은 이 밴드에서 가장 애정 하는 곡 중 하나이다. 열대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는 밤 친구들과 여유롭게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자주 상상한다. 떠나간 사랑에 대한 씁쓸함을 썩어가는 복숭아로 비유한 후렴구와 아련한 목소리가 더해져 곡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느긋한 여름밤에 입안을 달콤한 복숭아로 채우고 싶어 진다.


It's been a long season through
긴 계절이 지났어
All this rotting fruit with you
이 모든 과일이 너와 함께 썩어가는 동안
It's been a long season through
긴 계절이 지났어
This rotting fruit with you
이 과일이 너와 함께 썩어가는 동안



강물이 썩지 않는 것은 흘러가기 때문에


이적 - 걱정말아요 그대


'한때 자신을 미소 짓게 만들었던 것에 대해 절대 후회하지 마라.'
- 엠버 데커스(Amber Deckers)


모든 것들은 흘러가고 흘러가지 않는 것들은 결국 썩어버린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가버린 것들에 미련을 가지는 것만큼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새로움이 없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우리는 지치고 괴로워한다. 여기다 지나간 것에 후회까지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즐길 힘 조차 없을 것이다. 떠나보낼 수 있는 것도 큰 용기이자 멋진 선택이다. '지나간 것'도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다. 지나간 것을 단순히 후회로 보는 것이 아닌 지나간 그 자체로 보는 게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방학인데도 놀러 가지 못한 이들에게 파도를 들려주는 노래


No Vacation - Beach Bummer


캘리포니아 서프 락, 드림 팝 밴드로 여름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찾다가 알게 된 밴드이다. 남녀 보컬이 번갈아 부르며 통통 튀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으로 여름에 듣기 제격이다. 시원한 파도가 온몸을 덮치는 듯한 청량함이 느껴지는 노래로 밴드 이름은 방학기간 동안 열심히 노래를 만들어 방학이 없었다는 가벼운 농담에서 정체성을 찾아 'No Vaction'이 되었다고 한다. 밝은 분위기와는 달리 가사는 사랑의 고통에 시달리는 내용이라 아이러니함까지 느낄 수 있다. 방학인데도 놀러 가지 못한 이들에게 작게나마 귓속에 파도를 치게 만들 수 있는 노래이다.


Why oh why do I put up with this misery
왜 이 고통을 견뎌야 하지?
Still looking for a reason
여전히 이유를 찾으며
For now it's ancient history to me
지금은 내게 아득한 옛날 얘기야



넘실거리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싶다면


새소년 - ㅍㅏㄷㅗ


도입부부터 강렬하게 몰아치는 드럼은 저 멀리 파도가 하얀 거품을 일며 다가오는 기분이 들게 한다. 이어지는 기타와 베이스가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파도를 타는 듯한' 그루브에 힘 있는 보컬까지 곁들여지니 한 순간도 긴장감을 못 놓게 한다.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몸을 가장 멋지게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는 보컬 황소윤의 설명답게 넘실거리는 파도를 원초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곡으로 차갑게 가슴을 치는 파도를 느끼고 싶다면 적극 추천하는 곡이다.


파도가 넘실넘실
흐려진 달 사이로
사람들 숨 쉬네
절망이 없다



철이 든다는 건 모든 것에 익숙해지는 것


혁오 - 와리가리


혁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다. 패션부터 음악까지 '힙'하다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는 밴드이다. 이 노래는 혁오라는 밴드를 접하게 해 준 노래이다. 뮤직비디오의 분위기부터 가사까지 어느 것 하나 맘에 들지 않은 게 없는 노래다.


이 노래를 특히 좋아하는 건 가사가 많이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그 순간을 마주한대도 그땐 또 지금 같진 않겠지'라는 가사는 어느 정도 과거에 비해 변한 자신의 모습을 슬프게 인정하는 느낌을 들게 해 더욱 공감이 되었다. 어렸을 때 훔쳐봤던 아빠의 일기장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가사는 자신이 점점 철이 들고 있지만 그렇게 기쁘지는 않다는 오묘한 감정까지 느껴진다. 철이 든다는 건 새로움을 잃어가고 모든 것이 익숙해져 가는 과정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다 쓴 야광별을 떼어냈죠
옅은 빛을 살피고 있으면
내일이 그리 기다려졌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아

어렸을 때 몰래 훔쳐봤던
아빠의 수첩 같은 일기장엔
오늘의 걱정이 적혀있던 게
이제야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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