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적 아방가르드의 집합체
아방가르드 예술을 좋아한다. 전통적인 예술 규칙을 거부하고 새로운 형식과 아이디어를 탐구함으로써 혁신적인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술뿐만 아니라 패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방가르드 패션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틴 마르지엘라, 레이 가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등의 의류들을 보면 전통적인 의복에 대한 관점을 부수는 신선한 디자인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아방가르드 예술, 패션은 종종 예상치 못한 형태와 개념을 도입하여 관객을 놀라게 하고, 기존의 예술적 관습을 뒤흔들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기존 관습을 뛰어넘는 실험적인 성격을 가지며, 이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형식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
또한, 아방가르드 예술은 종종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모순을 탐구하며 사회적 문제나 개인적 경험을 다룬다. 이러한 작품들은 종종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과 사유를 유발한다. 따라서 아방가르드 예술은 예술적 자유와 창의성을 중요시하며, 다양한 시각과 경험을 통해 예술적 경험을 풍부하게 합니다.
“도전적이지만, 접근하기 쉬우며, 최면을 거는 듯한 매우 즉흥적인 음악을 제공한다”
노르웨이 출신의 드러머 토마스 스트로넨을 주축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5인조, Time Is A Blind Guide가 선보이는 아방가르드한 청각적 경험을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요약한 표현이다.
Time Is A Blind Guide의 공연은 아방가르드한 예술 그 자체였다. 우선 자유로워보이는 복장부터가 그들의 공연이 특별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지금까지 어느 정도 격식을 갖춘 재즈 공연들을 봐서 그런가 싶었지만 모자와 편한 반팔티의 차림으로 공연을 하는 것부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들의 음악을 아방가르드, 전위적이라고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반적인 방식으로 악기를 연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현악기의 바디를 직접 타악기처럼 두드리거나, 활을 거침 뜯어내는 등의 방식으로 독창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다. 베이스의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칠이 벗겨지고 긁혀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격하게 베이스를 연주하다니 이래서 이들의 사운드가 전위적이게 들렸던 것이었다.
이들의 공연을 보면 ‘아무렇게’ 연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귀 기울여 들으면 매우 계산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소리를 직접 창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박자를 맞춰가며 5개의 악기가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예상치 못한 감정과 다양한 해석과 생각을 유발하는 연주를 보여준다.
이들의 연주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난해함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이들이 빚어내는 사운드와 경이로운 연주에 익숙해지면 홀린 듯이 빠져들게 된다. 40분 정도 지났나? 싶었는데 한 시간 반이 훌쩍 흘러있었을 정도로 엄청난 몰입감과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연이다. 특히 드럼 연주 부분이 인상 깊었는데 토마흐 스트로넨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럼을 연주하고 후반부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연주를 보면서 이번 새해 때 속초 바다에서 보았던 맹렬하게 달려오는 파도가 떠올랐다.
사진작가 안웅철의 사진들이 함께 상영되는 방식도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정적이지만 동적이인 그의 사진과 함께 연주가 펼쳐지는 장면은 영화와 같은 장면을 불러일으켰다. 난해함속에 엠비언트적인 요소도 결합이 되어있어서 저절로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오랜만에 무언가에 온전히 빠져서 공연을 즐긴 값진 경험이었다. 독보적인 운율과 리듬감으로 구성된 청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의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이들의 음악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느끼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인 공연이 주는 감동이 엄청났다. 평소에 음악을 듣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과 취향을 넓히게 되는 값진 경험이었다. Time Is A Blind Guide 이외에 ECM 소속의 아티스트들도 내한공연을 펼쳐주길 개인적으로 바란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8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