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을 가득 매운 현악 4중주
요즘 부쩍 <예술의 전당>을 많이 방문한다. <예술의 전당>을 방문할 때면 입구에서부터 공연에 들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과 같이 공연장에 입장을 하고 자리에서 저마다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공연에 대한 기대평을 공유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리고 이번에 관람한 '노부스 콰르텟: 브리티쉬 나잇' 또한 압도적이고 행복한 경험을 선사해 주었다.
클래식 공연들을 즐기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에 있다. 예술을 공부한다는 표현이 왜인지 딱딱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깊이 있게 공연을 즐기고 싶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공부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적용하고 귀를 넓히기 위해 열심히 공연들을 다니고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히 클래식 공연들을 다니다 보면 언젠가 귀가 열려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클래식 공연을 추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클래식 공연의 매력은 무엇일까? 많은 것들이 떠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국가의 작곡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지휘자, 연주자들만의 독보적인 예술적 관점에서 해석한 공연들을 보며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연주자들의 열정적인 연주를 통해 내면에 자리 잡은 열정이 불타오른다.
이번에 관람한 '노부스 콰르텟: 브리티쉬 나잇' 공연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클래식 공연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했고 현악 4중주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무대가 오케스트라보다는 조촐(?)하다고 느껴진 점이 매력적이었다. 반원을 그리며 놓인 4개의 의자와 천장에 고고하게 매달려있는 마이크, 과연 4개의 악기만으로 이렇게 거대한 예술의 전당 공연장 전체를 꽉 채울 수 있을까? 에 대한 작은 의문이 들정도로 이렇게 작은 규모의 공연은 처음 봤다.
하지만 나의 의문은 어리석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이 보여주는 화려한 연주는 공연장을 가득 매웠다. 숨소리조차 생생하게 들렸을 정도였다. 열정적인 연주가 끝나고 현악기의 활을 날개 펼치듯 추켜올렸을 때의 장면은 영화 속에 한 장면처럼 압도적이었다. 이들이 흘리는 굵은 땀방울을 보면서 음악에 진심을 다하는 연주가 가지고 있는 숭고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연주가 끝날 때마다 연신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4명의 연주자들이 긴밀히 교류를 하며 하나의 공연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은 경이로웠다. 숨소리와 눈빛으로 무언의 박자를 맞추면서 연주를 시작할 때의 쾌감은 환상적이었다. 현악 4중주의 매력에 푹 빠졌고 특히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익숙했던 나였기에 첼로와 비올라만 연주하는 구간에서 느꼈던 비올라 솔로는 신비로웠다. 비올라 소리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케스트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웅장함은 부족한지어도 이들이 표현해 내는 완벽한 구조, 섬세한 표현력과 4명이 하나가 되는 긴밀한 교류로 꽉 찬 공연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뽑아냈다. 그리고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무려 3곡의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이들의 공연 포스터를 보면 '실내악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18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국 실내악의 역사에 유례없는 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소개 문구를 볼 수 있다. 이들이 이뤄낸 업적들을 증명하는 공연이었으며 앞으로 이들이 펼쳐나갈 화려하고 숭고한 이야기들에 많은 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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