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야 확보되는 존재감
현대사회를 묘사하는 단어 중에 압박감을 주는 단어가 있다. 바로 ‘초연결사회’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소셜 미디어의 보급으로 인해 나타난 달갑지 않은 단어이다. ‘초연결’이라는 단어 안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기념비적인 발전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죽고 못 살 정도로 반강제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현대인들이 다른 의미로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렵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연결되어 있다.’ 낭만적인 표현으로 보이지만 어디에 적용되는지에 따라 숨이 턱턱 막힌다. 만약 직장생활에 적용이 된다면? 상상하기 싫지만 생각해 보니 이러한 현실을 순응하고 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연결을 끊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와 도전정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배웠고 이제는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다. 직장을 떠나서 개인적인 공간으로 보이는 SNS 상에서는 어떨까? 당연히 자발적인 연결이 우선시 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배적인 관계의 연결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초연결사회의 한복판에 있는 요즘 연결을 어느 정도 끊어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책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은 나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었다. 초연결사회에 파묻히고 옥죄어진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연결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지침서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현대 사회와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방적으로 연결을 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을 하며 건강한 방식으로 연결을 이어갈 수 있는, 결과적으로 우리 인류가 초연결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해 준다.
어렸을 적 스스로 생각이 과도하게 많다고 ‘착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생각 비우기'라는 책을 구매했었고 읽으면서 생각을 비우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과도한 연결 속에서 연결을 비우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책 <존재하기 위해 사라지는 법>을 읽었다. 어렸을 적 '생각 비우기'를 읽던 심정으로 연결을 비워보기 위해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었다.
<존재하기 윙해 사라지는 법>은 무조건적으로 ‘보이지 않는 삶’을 추천하지 않는다. 책의 제목부터 역설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듯이 ‘적절한’ 연결성, 적절하게 보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PR의 시대에서 너무 자기 자신을 감추는 것은 안 좋기 때문이다. 적절하게 자기 자신을 노출하는 방향이 건강하게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자신이 없고, 두렵고, 창피하고, 그저 사라지고 싶어서 보이지 않기를 바랄 때가 있다. 반면 보이지 않아서 크게 실망할 때도 있다. 보이지 않고 싶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상태여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인간의 정체성 자체처럼 변덕스러울 수 있다.” - 104쪽
해당 책을 읽으면서 크게 2가지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디지털 디톡스와 핼러윈이다. 디지털 디톡스가 떠오른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더욱 책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그리고 책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자연을 통해서 풍부하게 설명을 해준다. 직접적이게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자연을 소개하면서 간접적으로 디지털 디톡스의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초연결사회에 있어서 자연은 현대인들에게 순수한 안식처 그 자체이자 초연결사회를 버틸 수 있는 완충지대인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핼러윈은 코스튬이다. 과거의 어떤 글에서 핼러윈이 가장 본인다운, 본인을 가장 잘 보여주는 날 중에 하나라는 글을 봤었다. 단순하게 핼러윈 코스튬을 생각하면 본인을 숨기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코스튬을 통해 진정으로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핼러윈에 코스튬을 입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자신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자신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 코스튬을 입는다. 예를 들어, 특정 캐릭터나 아이디어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개하고, 사회나 문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코스튬을 입는 매우 솔직한 행위인 것이다.
초연결사회에서 우리는 코스튬을 입는다. 우리를 보여주지 않으려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뒤에 숨는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본인을 드러내는 것이다. 표현이 점점 역설적이고 모호해지지만 명쾌하게 이해가 간다. 저자는 말한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의 사회, 문화 혹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존재감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그리고 이와 같은 과정이 초연결사회에서 꼭 필요한 방식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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