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진실과 회복>을 읽으면서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트라우마의 중요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해당 책을 통해 트라우마라는 깊숙한 갈고리가 마음속에 박힌 듯한 정신적 질환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다행히도 트라우마는 없다. 하지만 트라우마라는 개념은 어렸을 때부터 강렬한 영상으로 머릿속에 박혀있다. 바로 2003년에 발생한 비극인 ‘대구지하철 화재참사’의 생존자를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이다. 해당 다큐멘터리에는 생존자가 지하철을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지하철 문이 닫히자마자 심장박동이 빠르게 증가하고 이내 호흡곤란 증세를 느껴 단 한 정거장도 가지 못한 채 의식을 잃는 모습을 보았다. 어렸을 때 보았던 충격적인 장면이었고 트라우마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시각적으로 본 경험이었다.
즉 트라우마라는 정신적인 상처는 단순한 상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점점 깊이 잠식해 나가면서 한 사람의 삶과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버린다. 트라우마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안이 증가하고 결국 기존 트라우마를 악화시키는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에 잡아먹히게 된다.
책 <진실과 회복>은 트라우마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게 국가, 사회적인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지원이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작용하며,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치료가 개인과 사회적 차원에서 보다 건강하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대변인을 통해 사죄해 봤자 의미가 없다. 언론을 통해 사죄해 봤자 의미가 없다. 본인이 직접 사죄해야 의미가 있다. -113pg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라우마가 피해자들의 힘과 삶의 의지를 빼앗는 정신적 질병이라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바로 진실과 회복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직접 사죄를 하는 등의 진실을 통한 회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정의’라는 개념을 끌고 들어왔다. 정의라는 단어의 근본적인 의미부터 시작하여 정의를 바탕으로 생존자들에게 어떠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저자는 매우 자세한 사례와 설명을 통해 사회와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해당 책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트라우마라는 단어에 국한되지 않고 매우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을 했다는 점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다루고 있는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와 관련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치료 방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정을 꼼꼼하게 서술해 가면서 현대사회에서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과 그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었다.
해당 책은 저자 '주디스 루이스 허먼'의 트라우마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알고 있다. 앞의 2권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책을 통한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왜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배운 책이었다.
그리고 결코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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