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슈퍼소닉 시사회 리뷰

예측불가 형제의 성공기

by 하잎

2017년, 우연히 이 다큐멘터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입했다. 아마 내가 온라인으로 처음 돈을 내고 본 영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사회를 통해 그간 집에서 TV 화면으로만 보던 오아시스를, 마침내 영화관의 압도적인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로 마주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감격스러웠다.

메인 포스터.jpg

이 작품은 1994년 데뷔 싱글 ‘Supersonic’과 첫 정규 앨범에서 시작해, 노엘, 리암 갤러거 형제의 유년 시절, 밴드의 형성과정, 녹음실 뒷이야기, 그리고 전설이 된 1996년 넵워스 공연까지를 아우른다. 영국 인구의 4%가 예매를 시도했다는 그날, 수십만 관객의 함성과 밴드의 사운드가 화면 너머로 전해질 때, 나는 잠시나마 30년 전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나는 인생이 무료하거나, 열정이 식었거나, ‘정신적으로 쫄려 있다’고 느낄 때마다 이 다큐를 다시 꺼내본다. 벌써 다섯 번째쯤 되는 것 같다. 볼 때마다 리암과 노엘, 이 예상할 수 없는 형제는 망치를 들고 내 머릿속에 가득한 쓸데없는 걱정과 경직된 사고를 거침없이 부숴버린다. 그 파괴의 순간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통쾌한 카타르시스다.


그 힘은 단순한 무모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버려라”라는 태도를 몸소 증명하는 삶에서 나온다. 이들은 스스로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았고, 운명을 믿었다. 리암이 다큐 초반에 “우리가 성공하는 건 운명”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들의 자기 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이 남긴 일화 중에는 도덕적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도 많지만, 오히려 그런 파격이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래퍼들이 ‘락스타’를 동경하는 게 아니라, 오아시스처럼 실제로 삶 자체가 미쳐 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Wonderwall’을 다시 들을 때마다 ‘Today is gonna be the day’라는 첫 소절에서 이미 가슴을 꿰뚫리는 전율이 온다. 이 곡은 사랑과 우정, 혹은 구원자를 상징하는 동시에, 결국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선언처럼 다가온다.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이라는 후렴은, 누군가를 향한 말이자 스스로에게 건네는 다짐 같아 늘 위로가 된다. 또한 ‘Live Forever’가 한국 팬들의 합창 속에서 하나의 전설적 순간으로 남은 일화는, 이 밴드가 단순히 음악을 넘어 어떻게 세계 곳곳에서 유대를 만들어냈는지 잘 보여준다.


올해도 정신적으로 숨이 막히는 순간이 많았다. 그런 시기에 이 다큐멘터리의 4K 리마스터링 시사회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건 내겐 작은 운명이었다. 수많은 동기부여 영상이 세련된 문장으로 의욕을 자극한다면, ‘슈퍼소닉’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훨씬 직설적이고 원초적인 방식으로 말한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가서 부숴라.”


다큐 속의 그들은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실력으로 모든 걸 찍어누르며 시대의 공기를 바꾸었다. 그래서 이들의 태도와 사운드가 지금도 나를 사로잡는다. 결국 오아시스의 음악은 그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 감정을 숨기지 않고, 사랑하고 싸우며, 때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그 모든 과정이 음악 안에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그들의 노래는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우리의 심장을 정화하고 흔드는 ‘진짜 삶’의 기록으로 남는다.


2025년 여름, 스크린으로 다시 만난 ‘슈퍼소닉’은 내게 또 한 번 뜨거운 불을 붙였다. 다시 미칠 준비는 끝났다. 음악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태초에 우리가 있었듯이.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208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7208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연> 뮤지컬 베르테르 리뷰